충북 특성화고 공무원반 운영 딜레마
충북 특성화고 공무원반 운영 딜레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11.11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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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취지 살리기 위해 기업 취업 권장해야 하지만


신입생·학부모들은 공무원 · 공기업 등 합격 선호


지난해 대거 미달사태 … 올해도 정원 채우기 난망
공무원반 운영을 두고 특성화고가 딜레마에 빠졌다.

특성화고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체 취업을 권장해야 하지만 신입생 모집을 위해서는 공무원(공기업)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충북 도내에는 특성화고 20교(마이스터고 3교 미포함)가 있다.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공무원과 공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공무원반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는 직업의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공무원 입사를 위해 아예 특성화고에 입학하기도 한다. 정부나 공기업에서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출신이나 전문대 출신을 뽑는 지역인재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으로 행정 137명, 기술 43명 등 13개 직류로 나눠 180명을 선발했다. 지역인재 선발인원은 2012년 104명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170명을 선발했고, 올해는 전년보다 10명 늘었다.

최근 2018년도 국가직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면서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들은 앞다퉈 공무원 시험 합격자 홍보에 나섰다.

청주여자상업고는 공무원 심화반을 비롯해 취업 심화반, 취업 심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이 학교에서는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최종 합격자가 2명이 배출됐다.

충주한림디자인고 역시 2명의 합격자를 냈고, 이 학교 역시 공무원반을 가동하고 있다.

공무원반을 운영하고 있는 청주대성여상은 올해 재학생 4명이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마이스터고인 충북에너지고는 공무원과 공기업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업체 취업률을 걱정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기업체 취업을 권장해야 하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은 안정된 직업을 선호해 공무원 입사를 희망한다”며 “공무원이나 공기업 합격률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취업보다는 재수를 해서라도 공무원 시험을 치르길 원하면서 학교 취업률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너지고의 경우 지난해 취업률은 93.67%였지만 올해 2월 기준 취업률은 18%p 하락한 75.68%에 그쳤다.

도내 모 특성화고 관계자는 “제주도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 도중 사망 사건으로 지난해 도내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벌어졌는데 사회 분위기 탓에 올해도 정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학교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나 중 3학생들에게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합격생을 몇 명 배출했는지 알리는 게 학교 홍보 효과가 더 커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관련시험 준비 실태'에 따르면 올해 취업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105만7000명 가운데 38.8%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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