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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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1.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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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하루 종일 물결 따라다녔다. 계절별로 볼거리가 일정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어 그때마다 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철 따라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명소로 가는 길이면 어디서든 보는 광경이다. 지루한 길 위에서 여유를 가지고 밝은 마음으로 주위의 풍경을 즐기는 센스가 있어야 속살을 보여주는가 보다. 사통팔달로 이어져 있어도 때마다 목적지가 겹쳐지면서 한계를 드러낸다.

세조길이 경치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휴일 아침에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간다. 가을 단풍이 한창이어서 많은 차량으로 인한 어려움을 염두에 두었는데 목적지를 이십 리 정도 남겨두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시간이 지체된다. 앞서가는 차량 중에는 더러는 방향을 선회하여 다른 곳으로 향하기도 하고, 그 지역에 지리를 잘 아는 분은 샛길로 어느 정도를 달려 한참 앞에서 새치기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금을 참지 못하고 서두르는 모양을 보며 그네들의 양심을 본다. 똑같은 입장에서 앞질러가는 쾌감이 있을지라도 미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지 않을까.

출발할 때 좋았던 날씨가 시샘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는데 세찬 빗줄기가 방해한다. 주차를 하고 비가 소원해지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여러 군데 주차장 중에 제일 먼 곳으로 거의 끝 지점쯤 되는 것 같다. 도로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는데 방해꾼으로 한몫한 범인들이 여기 다 모여 있다. 계속 밀려오는 차량이 아직도 많은데 이제 어디에 멈추어 있게 하려나, 괜한 걱정을 한다. 차에서 내려 서 있는 차들 사이를 지나며 둘러보니 넓은 장소에 꽉 들어찬 광경이 중고차 매장에 온 느낌이다.

걸어가는 길도 인산인해다. 세조길 입구부터 오가는 사람들로 행렬을 이루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숲도 볼거리이지만, 나이와 남녀를 불문하고 개인별 취향에 따라 입은 옷도 볼만하다. 세조길은 법주사 입구에서 세심정에 이르는 탐방로이다. 문장대로 가는 속리산은 세조와 관련된 흔적이 많다. 세조길이라는 이름은 세조와 역사와 문화적으로 연이 깊은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오리숲부터 문장대로 가는 길을 하나 더 만들어 세조를 기억하게 한 것이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세심정 갈림길까지 3.8km 구간은 표고차가 별로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오솔길보다는 조금 넓게 하여 만든 올레길이다. 흙 위의 낙엽을 밟는 촉감이 다르다. 비가 내렸다 말다를 반복하고 가끔은 맑은 하늘이 얼굴을 내밀어 햇살을 주는 특이한 날이지만, 흙을 디디며 걷는 길에 주위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만족하며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주차장에서 나가는 길에 차량의 움직임이 더디게 진행된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행렬도 계속 이어지고 밖으로 나가는 차량도 한꺼번에 몰려 통제가 안 된다. 서로의 욕심이 잠재워지지 않아서 소통이 더 어려워진다. 도로에 이어지는 차량의 물결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풍광에 따라 움직이는 차량의 물결, 사람의 물결이 사라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언제까지 숙제로 남아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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