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동의할까
인공지능이 동의할까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8.11.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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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존재가 무엇일까? 태양과 같은 별일까, 빛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일까, 거대한 폭발을 하는 초신성일까? 지구일까, 태양일까, 태양계일까, 은하일까?

내 생각에는 이 모든 것보다 더 놀라운 존재가 생명체이고, 생명체 중에서 더 놀라운 존재가 인간이고, 인간 중에서 가장 놀라운 존재가 바로 인간의 두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 두뇌는 참으로 놀라운 장치다. 오감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극으로부터 외부 세계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결론을 내릴 뿐 아니라 자기의 의도대로 외부 세계를 조작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자기가 하는 생각을 생각하고, 자기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얼마나 놀라운 장치인가?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뇌는 영원하지 않다. 사람이 죽으면 뇌에 기억된 모든 정보도 사라진다. 그래서 고대 사회, 아니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 노인이 죽는다는 것은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뇌에 기억된 정보는 불안정하다.

두 번째 약점은 저장 용량이다. 인간의 뇌는 상당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문명사회의 다양한 정보를 다 저장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 기억용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문자다. 문자는 기억 용량이 부족한 인간 두뇌와 협력해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었다. 언어를 통해 기억을 공유하고 문자를 통해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 모든 대학은 물론, 조그만 시골 읍면에도 도서관이 있다. 문자는 기억 용량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문자가 없었다면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약점은 정보처리의 정확성이다. 두뇌는 대단한 장치임은 틀림없지만 실수도 많이 한다. 착시나 착각을 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두뇌는 제한된 정보로부터 추론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오늘 밖에 나가는 것이 안전할까?”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결론은 내려야 한다. 착시나 착각도 이러한 불충분한 정보를 통해서 내린 결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수나 착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인간이 기계장치와는 다른 인간다움의 특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어떤 심각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보 처리 속도의 문제다. 인간 두뇌의 정보 처리 속도는 매우 느리다. 신경을 통해서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는 전선을 통해서 신호가 전달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리다. 전기적 신호가 거의 빛의 속력이라면 신경전달 속도는 고작 초속 1미터 정도이다. 훈련을 통해서 이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인간의 생체적 반응속도는 기계 장치는 말할 것도 없고 동물들의 반응 속도보다 매우 느리다. 엄청난 정보를 매우 빨리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두뇌는 더 이상 이상적인 정보처리 장치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 두뇌의 이러한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발명된 것이 컴퓨터다. 컴퓨터는 정보처리 속도만이 아니라 정보 저장 용량도 엄청나게 증대시켰다. 컴퓨터야말로 인간 두뇌의 약점을 거의 다 해결해 주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인 컴퓨터는 정보처리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정확성, 안정성, 내구성, 저장 용량 등에 있어서 인간 두뇌가 가지는 문제점을 거의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 해결사다.

이제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이 잘 협력만 한다면 이 우주에서 가장 완전한 정보처리 장치를 지구 인류가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행복한 미래뿐만 아니라 이 광대한 우주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은 그러기를 원한다. 그런데 인공지능도 그러기를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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