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인공지능이 소설을 썼다고?
말도 안 돼, 인공지능이 소설을 썼다고?
  •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 승인 2018.11.07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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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연수에 참석했더니, `앞으로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을 조사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사라질 직업으로는 비서, 경리, 번역가 등이었고, 살아남을 직업으로는 작가, 화가 등이 있었다. 이렇게 예측한 밑바탕에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해도 설마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까지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인공지능 로봇이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작곡하며 심지어는 소설도 쓴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두 화들짝 놀란다.

인공지능은 단순작업 또는 반복되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고유(?)의 영역(예를 들어 창의성)은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 사람들이 뿌려놓은 수많은 빅 데이터들 속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의 지원으로 인공지능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네덜란드 과학기술대학교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을 2년간 150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제공해 붓 터치는 물론 유화의 질감까지 같은 렘브란트 화풍을 가르쳤다.`옷깃이 있는 검은 의복과 모자를 쓰고 오른쪽을 응시하고 있는 털이난 30~40대의 코카서스 남성'은 렘브란트가 자주 그린 작품이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으로 익힌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기존의 렘브란트가 그린 작품과 구별이 안 되는 작품을 재현해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인공지능 `제로(零)'가 소설 `현인강림(賢人降臨)'을 출간했다. 19세기 일본 학자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학문을 권함'과 니토베 이나조의 `자경록'을 딥 러닝으로 학습한 후 이뤄진 결과이다. 놀랍게도 이 소설은 `젊은이', `학문을 통한 입신', `세계를 제패하다', `성공이란', `인간이란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일본 공상과학 문학상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더니 이제는 인간이 무엇인지 답하는 소설을 쓴다.

대만 국립대학교는 세계 로봇 아트 대회를 열었는데 그림을 그려서 프린트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직접 참여해 대회장 내에서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회였다. 게다가 구글은 인공지능 `마젠타'를 딥 러닝 학습으로 음악을 작곡하게 하고 80초짜리 피아노곡을 발표했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여기서 잠깐! 좀 더 고민해보자. 피카소의 1960년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마네가 1863년 그린`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재해석한 그림으로 그 누구도 피카소의 작품을 예술성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17세기 렘브란트의 화풍으로 2016년 인공지능이 그린 코카서스 남성은 예술성이 없는 것일까? 예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때 토론의 여지가 있다. 인공지능이 친구가 되는 시대가 다가온다. 화가나 작가들은 여전히 예술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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