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공개, 변혁의 시작인가
실명공개, 변혁의 시작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11.0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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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습관이다. 우리는 실수를 스스로 습관처럼 여기며 변명을 위한 명분으로 삼는다.

하지만 실수도 실수 나름이다. 국민의 혈세를 갖고 장난치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실명 공개로 교육계가 뒤숭숭하다.

교육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위 행위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성 강화를 앞세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초중고,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에 대한 감사 결과를 모두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립유치원의 실명 공개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파장은 컸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아이들 급식을 갖고 장난을 치거나 아이들의 교육비로 써야 할 공금을 쌈짓돈처럼 흥청망청 썼다는 점이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이 교육기관인가 유흥기관인가, 유치원장이 장사치인가 교육자인가”라며 한탄했다.

이번에는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벌인 교육기관 감사 결과가 공개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사립유치원 실명공개 때보다 그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유치원은 공금의 사적 유용 등 회계가 문제인 반면 일선 학교 감사 결과는 대학 진학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감사에 반복적으로 적발된 학교생활기록부 부당 정정, 시험 평가문항 출제 부적정 등은 학생들의 진로와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면 온 나라가 비상이 걸릴 만큼 높은 교육열을 자랑한다. 부모 입장에서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내 아이의 장래를 고의적으로 망가트린 것을 참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 실명이 공개됐을 때 유치원 때보다 학부모의 반발이 더 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기로 결정한 만큼 전국 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도 실명 공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덧붙여 교육부나 정부는 실명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사 결과에 국민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실명 공개로 대선 공약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했다는 정치적 셈법을 들이대 콧노래를 부를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명공개 결과를 보고 국민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기본과 원칙이 무너졌음에 실망했다.

국민은 다른 직종보다는 교육자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교육의 근간이 무너지면 국가의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시작인 유치원부터 역겨운 냄새로 치부를 드러냈으니 초중고 학교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수개월째 들려오는 서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소식을 오늘도 접하고 있는데….

그동안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 처분 결과는 솜방망이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명 공개를 계기로 사립유치원이나 교육기관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관리감독기관으로부터 받는 감사 처분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불신이 더 무섭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가짜 판사 역할을 한 주인공이 했던 대사가 기억난다. “법이 무섭습니까? 법이 무섭다고 생각하면 법 아래에 있는 사람입니다. 법이 우스워 보입니까? 법이 우스우면 법 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실명 공개로 알았다. 법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우리나라엔 너무 많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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