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잔인해지는 사회
갈수록 잔인해지는 사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1.05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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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사건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잔혹하기 그지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만 나열해 봐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잔인해져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는 29살 김모씨가 20살 아르바이트 직원을 살해해 충격을 주었다. 이유는 자리를 치운 게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계획하에 칼로 피해자의 얼굴만 30여 차례 공격했다고 한다.

PC방 사건이 난 지 열흘도 안돼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40대 주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칼에 수차례 찔려 숨진 이 사건은 이혼한 전 남편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상습적인 가정폭력과 살해 협박에 노출된 한 가정의 비극은 아빠의 사형 선고를 요구하는 딸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에서는 일가족 4명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범인은 여자친구의 이별통보에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의 아파트로 가 일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당시 범인의 가방에는 수십 가지의 흉기가 들어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웹하드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인 폭력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퇴사한 직원이 회사 게시판에 댓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직원들 앞에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동영상을 찍어 보관하다 드러난 숱한 잔혹 행위는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엽기에 가까운 관련 동영상은 뉴스를 타고 SNS로 확산되면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막장 현실로 직장인들에게 비애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열거한 4개의 사건은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이지만 폭력 양상은 비슷하다. 동기는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지만, 칼과 같은 흉기를 무기로 약자에게 자행되고 있다. 폭력 장소도 가정과 일터와 직장이 되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면서 공동체 문화는 힘을 잃고 있다.

폭력성에서 영화와 게임, 드라마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자극적인 연출은 자본의 논리 속에서 더 잔인한 방식으로 돈을 긁어모으며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계층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난과 부자, 지식인과 비지식인, 신세대와 구세대 등 모든 계층을 불문하고 잔인한 폭력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영화가 뒤섞이면서 마치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격투장 같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폭력이 난무하게 된 데에는 경제성장에 방점을 두고 밀어붙인 고속 성장의 그늘로 결부될 수 있다. 일등을 선망하고 일등만 인정받는 한국사회에서 자본은 또 다른 폭력을 가져왔다. 돈이 있으면 뭐든 다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경쟁을 부추기고 갈등과 폭력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가난은 가난의 늪을 만들고 부는 부의 늪을 만드는, 그러고도 여전히 일등만을 요구하는 한국의 현실은 암울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국가나 개인 모두 인간성 회복에 대해 깊이 통찰해야 할 때다. 서로 경쟁자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함께하는 가치를 통해 인간 본성의 단절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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