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국가로 가는 길목
포용 국가로 가는 길목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11.05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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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라고 언급했다.

한 국가의 수반이 자국 국회에서, 국민을 향해 `나의 국가는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하는 모습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선진국 대열 진입을 `공증받은' OECD 회원국 아니던가.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스스럼 없이 우리의 민낯을 밝히고 드러냈으며, 강조했다.

연설 모두에서 `우리나라가 올해 수출 6000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상 최대, 최초의 기록이자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임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밝힌 대통령은 곧바로 작정한 듯 어조를 바꿔 양극화와 불공정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습니다. ~ 이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해법과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바로 `포용 국가'다. 전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포용 국가의 언급으로 정점을 찍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꿔야 합니다.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잘사는 포용 국가입니다.”



#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암울한 실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지난 4일 적나라하게 발표됐다. 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원이 2017년 8월 기준으로 작성한 보고서인데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 집단의 비율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로 나타났다. 나머지 89.3%는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로 나타났다.

심각한 것은 양 집단의 임금 격차였다. 대기업 정규직은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1.8배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연봉이 4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정규직은 7200만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연봉이 낮다 보니 이직률도 높았다. 정규직이 23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할 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10년만을 근무하고 다른 직장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처우 탓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임시직 근로자의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은 22%에 불과했다. 그리스의 36%, 이탈리아의 47%, 아일랜드의 66%, 네덜란드의 70% 등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 수준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심각하다. 정규직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첫 직장을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평생 `신분'이 정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흘 전 시정연설에서`포용'이란 단어를 18회나 언급했다. 하지만, 기득권 집단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의 말은 잔소리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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