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寬容)
관용(寬容)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8.11.04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보면 경계심이 생긴다. 다른 가치관, 다른 삶의 양식, 다른 종교, 다른 신념,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이 두렵거나 불편하다. 때론 이러한 감정이 더 확대되어 화가 되거나 증오에까지 이르게 된다.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전쟁과 폭력 대부분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왜 우리는 편을 나누고 나와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인가?

인류의 조상이 맨 처음 지구 상에 등장했을 때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동 수단도 발달하지 못했기 같은 부족 이외의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매우 적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사건이었다. 다른 외모와 다른 종교 다른 문화양식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조상은 생존을 위해 편을 나누게 되었고 나와 같은 편이 아닌 사람을 배척하는 삶의 양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생활방식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우리 마음속에는 근거 없는 믿음과 고정관념이 생겨났고 수많은 진화의 역사에서 뿌리 깊은 뇌의 편견 회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것이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미움과 증오의 뿌리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조상의 생존을 가능케 했던 삶의 기술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출현한 뇌의 신피질 때문이다. 편견과 배척의 기억이 오래된 뇌에 담겨 있다면 이성과 인간다움의 사유는 새로운 신피질에 산다. 이 신피질에 오래된 삶의 왜곡을 바로 잡는 선물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관용이다. `관용(寬容)은 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며 자비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름을 품고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원시적 뇌가 충동적으로 보내는 편견과 증오의 신호를 이성과 관용으로 바꾸어 주는 새로운 뇌의 능력이다.

현대는 고립과 배척의 시대가 아니다. 연결과 이름의 시대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세계는 빠르게 연결되고 상호협력하고 받아들이며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어느 개인도 이 연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구 반대편의 사건이 며칠 내에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함께 할 수 없다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살아남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연결과 이음의 공동체가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상대방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용의 능력이 필수적인 생존 요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관용지수'는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와 약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수준이 너무 낮다. 남북한의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더 이 관용이 후퇴하고 있다. 남북 대결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어려운 경제문제를 풀어 세계적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에 대한 관용의 수준은 너무도 낮다. 염려스러운 것은 과거의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이다. 이들은 30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풀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풀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다른 인식이 필요하다. 제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동안의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할 뿐이다. 북한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상호협력적인 관용이 있어야만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다. 누가 어떤 증오를 팔아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적폐세력의 핵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