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된다”
뒤바뀐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안된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8.11.01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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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사유 인정 않던 대법 사상 첫 무죄 선고
종교적 이유 제재 기본권 제한·본질적 위협 지적
관련 사건 계류 중 277건도 동일 판단 내릴 전망
첨부용.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8.11.01. /뉴시스
첨부용.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8.11.01. /뉴시스

 

#1.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활동하는 A씨(21)는 충북지방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대를 거부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결국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올해 1월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장래에도 입영을 거부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2. 마찬가지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B씨(23)도 훈련소 입소 통지서를 받았지만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병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한 데도 국가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만을 실현하고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무죄 이유다.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병역법을 놓고 법원마다, 판사마다 각기 다른 판결을 내놓았던 사례다. 유죄 판결을 확정했던 대법원은 1일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을 인정하지 않았던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14년 만에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사상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34)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수 의견에는 모두 13명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9명의 대법관이 같은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갖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 영역”이라며 “국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의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그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 결론은 같지만 별개의 의견도 제시됐다. 다수 의견 9명 중 이동원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 등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인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날 판결로 앞으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 227건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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