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살 된 청주시금고 선정
삼중살 된 청주시금고 선정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10.31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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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청주시가 시금고를 운영할 은행을 선정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 들어 한 개의 은행이 시금고를 단독으로 맡아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1금고는 평가 1위 은행이, 2금고는 평가 2위 은행이 맡는 방식을 도입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을 통한 협력사업비 확대에 기여한다는 것이 금고 분리운영의 명분이었다.

당연히 그동안 1금고를 운영해오던 농협에는 위기가, 금고지기에서 번번이 밀려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그렇지만 공고 당시부터 은행가에서는 KB국민은행이 2금고 정도는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파다했다.

뚜껑이 열렸다.

예상대로 NH농협이 1위, KB국민은행이 2위가 됐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으니, 협력사업비를 130억원이나 써냈던 국민은행이 그 돈을 내지 못하겠으니 깎아달라고 한 것이다.

1위 은행인 농협도 50억 원밖에 쓰지 않았는데, 국민은행이 무엇을 믿고 130억원이나 써냈는지는 몰라도 너무 과하게 베팅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제안을 수정하려고 하는 2등 대신 3등과 계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청주시는 130억원을 36억원으로 깎아주고 계약을 했다.

법률적인 자문을 구했다고는 하나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모할 때마다 1조원이나 1000억원씩 써내고, 1등이 되지 않았다고 깎아달라고 한다면 깎아줄 것인가.

결국 일이 커졌다. 신한은행이 청주시에 공문을 보냈고, 답변에 따라 소송까지 갈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협력사업비 조정시 심의위원회 재심 과정을 거쳤는지', `정부 예규나 조례 등 관련 규정에 협력사업비 조정 근거가 존재하는지', `이행못할 협력사업비를 제안하고 추후 조정하는 건 허위기재에 해당하지 않는지', `국민은행의 차고지 이전 120억 원 세수증대가 최초 제안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물었다.

이중 차고지 이전에 따른 세수 120억원이 이미 최초제안서에 있다고 한다면, 마치 별도의 세수 증대 때문에 큰 이익이 될 거라는 청주시의 주장은 억지춘향격이 될 것이다.

사실상 신한은행의 공문은 청주시에 묻는다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청주시금고 선정과정을 거치면서 청주시에 대한 은행들의 분위기는 매우 차갑다.

농협은 협력사업비를 50억원 밖에 쓰지 않았다고 시 측으로부터 질타(?)를 받아 뿔이나 있고, 국민은행도 협력사업비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만큼의 불만이 있을 것 같고, 신한은행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본점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은 각 은행들에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마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

국내 굴지의 은행 3곳을 한꺼번에 울분과 허탈에 빠트린 청주시금고 선정과정의 실체가 그 어느 때 보다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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