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14년 만에 다시 판단…대법 판례 바뀔까
'양심적 병역거부' 14년 만에 다시 판단…대법 판례 바뀔까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10.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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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사유로 '양심' 정당한지가 쟁점
그간 법원 "정당 사유 아냐" 일관된 판단

전망 여전히 엇갈려…"양심 기준 어떻게“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죄가 되는지 여부가 내일 결정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문제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4년 만에 다시 판단하는 것이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합은 11월1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씨의 상고심 선고를 연다. 오씨는 1·2심에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개인이나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이른바 '양심'이 병역을 기피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그간 법원은 지난 1969년 7월 첫 대법원 선고, 2004년 7월 대법원 전합 선고 등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왔다.



현행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 국내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도 병역법 시행령상 병역 면제가 될 수 있는 최소 실형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 왔다.



이번에 판례가 다시 쓰이게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먼저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긍정하는 판단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 또한 기존 판례와 일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있다.



양심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 명확한 사회적 잣대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과 다른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지난 8월30일 이 사건 공개변론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양심, 신념의 판단 기준', '형평성 문제' 등을 놓고 대립했다.



아울러 법이 개인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병역기피가 성행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인권 인식이 향상되는 등 사회·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대법원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대체할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현행법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을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다"고 해석한다. 당시 헌재는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지난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 1심을 시작으로 2016년 10월 광주지법에서 2심 첫 무죄 선고가 나오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종전 판례와 다른 판단을 내놓는 하급심도 늘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법정 구속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보석을 허가하기도 했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거나 수감 생활을 마친 병역거부자들은 구제 받기가 어렵다. 이번 대법원 판단이 기존에 확정된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고려하는 식으로 구제가 이뤄질 여지는 있다. 또 단순한 구제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그 자체에 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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