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 도전하는 자의 고독
퍼스트맨, 도전하는 자의 고독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0.29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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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영화 `퍼스트맨'을 보았다. 포스터를 보면서 우주에 관한 영화 한 편이 또 제작됐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개봉 후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멀어졌다. 몇몇 우주 영화가 보여준 한계 때문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감독의 이름을 확인하고서다. 라라랜드와 위플래쉬로 단숨에 세계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 데이미언 셔젤. 우리나라 나이로 만 33살인 그가 만든 우주 영화라면 분명히 기존 것과는 다른 지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퍼스트맨(First Man). 영화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남자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되도록 달 착륙에 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영화가 개봉되면서 달 착륙 역사가 회자하기도 했다.

영화는 모두가 꿈꿨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이룬 영광의 순간을 역사는 `퍼스트'라는 수식어로 그의 업적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카메라는 영광의 순간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우주라는, 달이라는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가기까지 견뎌야 하는 혹독한 훈련과정은 물론, 수많은 우주비행사의 목숨 건 도전조차 닐 암스트롱의 시선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이에게 찾아오는 두려움과 낯선 미지의 땅에 대한 무서움과 고립감, 남은 가족들의 불안 등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어린 딸을 잃고 동료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힘으로, 자기 극복의 순간으로 승화시켜나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관객들의 마음으로 옮겨왔다. 감독은 그가 왜 그토록 달에 집착했는지 그 어떤 말보다 배우의 섬세한 표정으로 전달해주었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우주에 닿고자 하는 목숨 건 도전은 고독한 자의 숙명처럼 다가왔다. 감독의 앵글에 따라 관객이 닐 암스트롱과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우주의 신대륙을 개척한 닐 암스트롱은 영웅이 되어 지구로 귀환하지만, 아내와 대면하는 장면에선 환희나 기쁨도 없다. 먹먹한 표정 속에 고요한 적막만 흐른다. 도전하는 자의 고독이 화면 가득 배어 나온다.

영화를 두고 여전히 호불호가 갈린다. 우주의 극적인 상상의 세계를 기대했던 관객들의 실망감도 큰 듯싶다. 하지만, 이 영화의 힘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내적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고독하다고.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는다고. 우주라는 공간만 다를 뿐이지 모든 내일이 도전하는 자의 몫이라고 말하는 감독의 따뜻한 위로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 노인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20대들은 미래에 대해 가장 불안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발표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수치화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만 자본주의가 심화할 수록 모든 계층이 불안을 끼고 살아야 하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소득은 높아졌어도 생활은 늘 각박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늘 위태롭다. 그럼에도 내 삶의 퍼스트맨이 되기 위한 고독의 무게로 받아들인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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