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에 빠진 증시
패닉에 빠진 증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10.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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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한강에 (자살하러) 가야 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요즘 증권가에 나도는 말이다. 그러나 전혀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이다. 주가 폭락 탓에 패가망신 상태에 이른 사람들이 실제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돈 속의 공포. 그야말로 요즘 주식 시장은 `패닉'이다.

올해 초까지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한국 증시가 끝을 모를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연초, 지난 1월 29일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점인 2598을 찍으면서 초활성기라고 할 수 있는 2600선 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10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더니 29일 기어이 1900선대로 주저앉았다. 아홉 달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그러는 사이 주식 시장의 시가 총액은 지난 1월 2000조원에서 1500조원 대로 무려 500조원 규모가 사라졌다. 코스피 시가 총액이 1700조원에서 1300조원으로, 코스닥 시가 총액은 340조원에서 200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한 국가의 증시에서 시가 총액의 증발은 국부의 손실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심각하다. 2019년 우리나라의 새해 예산안 규모는 470조. 채 1년이 못되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정부 1년치 예산만큼의 유가증권이 증발한 것이다.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특히 일반 개인 투자자, `개미'들의 손실이 가장 컸다. 10월 한 달 폭락 장 아래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들이 10%대 안팎의 손실을 본 반면, 개인들은 그 두 배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증권가는 10월 한 달간 개미들의 투자 손실이 평균 30%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에 비해 시장 대응력에서 취약한 개미들이 이번 폭락장에서 그대로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식 활동 계좌 수는 올해 들어 지난 6월 2611만개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복 계좌 보유자를 감안하면 실제 주식을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약 500만명. 국내 경제 인구의 1/4 이상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 대부분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대라는 점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국부의 손실은 당연히 가계의 손실로 연결돼 소비를 위축시키고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사태를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29일 코스피 지수가 1년 10개월 만에 1900선으로 폭락하자 언론은 앞다퉈 주가 하락이 내수 경기를 둔화시켜 장기간 불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놓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 당국이 이날 장중에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5000억원 규모의 자본시장 안정화 자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 하지만, 정작 주식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가 총액이 1500조원에 달하는 주식 시장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푼돈'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포털에서 이런 지적을 했다. “주가의 폭락은 이미 20일 전부터 시작됐다. 지금에서야 대책을 내놓은 것도, 그 대책도 문제다. 정부가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주식 시장을 투기꾼의 놀음판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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