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보면서
나뭇잎을 보면서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0.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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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열심히 달려온 길의 끝자락이 보인다. 나뭇잎은 다양한 색깔로 물들이며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천천히 물결처럼 흘러 퍼진다. 나무가 환경에 순응하며 몸을 다지고 활동을 줄이며 겨울나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봄이면 연약한 새순으로 출발한다. 약한 몸으로 거친 세상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까를 염려하지만, 기우에 그치고 만다. 꿋꿋하게 버티며 한잎 두잎 피어나서 맡은 역할로 최선을 다한다. 연두색에서 점점 짙푸른 녹색으로 변신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한여름을 보내다 제 역할이 끝나면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현명함이 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본연의 색깔을 표현한다. 생의 마무리에서 뭇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도록 한다. 산야가 색의 향연장으로 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다. 같은 태양 아래 놓여 있으면서 다양하게 나타내어 보는 즐거움을 준다. 설악산 높은 봉우리부터 시작하여 아래로, 남쪽으로 향하며 변신술을 자랑한다. 다가오는 추위로부터 몸체를 보호하려고 희생을 감수한다. 미련 없이 후회도 없이 모든 것을 주고 이제는 떨어져서 한 줌의 흙이 되고, 다시 나무의 영양분으로 윤회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뭇잎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 뿌리에서 물을 공급 받고, 잎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잎파랑이가 빛 에너지의 작용으로 탄수화물을 생산한다. 나무의 피와 살을 만드는 역할이다. 신비의 세계가 나뭇잎의 활동에서 나타나 만물이 살아가는 기초를 만들어 준다. 잎을 먹는 곤충이나 동물의 먹잇감이 되어 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삶의 터전을 일구어 살아가게 한다. 나무는 살아가면서 쉼터를 제공하고 안식처로 변신하기도 한다.

생물은 수명이 있다. 나무는 사시사철 늘 푸른 잎이 있는 상록수와 겨울이면 잎이 떨어져서 이듬해 봄에 잎을 피우는 낙엽수로 구분한다. 나뭇잎이 항상 푸르다고 잎이 지지 않지는 않는다. 낙엽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잎으로 태어나서 임무를 끝내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제 떨어지는지에 따라 구분을 한다. 잎이 떨어지기 전에 떨켜가 형성되며 나무에서 분리되는 단계에서 이별을 고한다. 태어났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충격을 최소화하며 자연으로 환원한다.

나뭇잎의 역할이 많다. 탄수화물을 생산하면서 뿜어주는 산소가 있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산야에 무수히 떨어져 쌓인 낙엽은 저수지 역할을 한다. 많은 비가 오면 스스로 품고 있다가 조금씩 배출하므로 홍수 피해를 막아주고 가뭄 피해로부터 벗어나게도 한다. 소음을 줄여주고 동물의 거주 기능을 담당하여 함께 살아가는 근거지를 제공한다. 많은 도움을 주면서도 당연하게 치부되어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산을 오르며 낙엽을 밟는다. 바람에 날리며 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기도 하고 스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켜켜이 쌓인 낙엽이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보여준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나뭇잎이 단풍이 들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허전하다. 깊어가는 가을에 나뭇잎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즐기고 흰 눈에 덮인 낙엽을 보면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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