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신설, 실리적 측면 고려할 때다
KTX세종역 신설, 실리적 측면 고려할 때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10.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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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의 KTX 세종역 신설 반대 명분이 곤궁해졌다. 호남지역 여론이 이용 편의를 들어 세종역 신설에 찬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역이 생기면 운행 시간이 늘어나 호남 이용객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판단에 허를 찔린 셈이다.

충북이 KTX 세종역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비록 간이역 수준이더라도 역이 신설되면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인 오송역의 위상이 떨어지고 이용객이 분산돼 오송지역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세종역 설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반면 반대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논리마저 궁색해 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충북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세종역 신설을 충북만 반대하고 다른 지역은 다 찬성한다”며 세종역 신설을 주장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은 22일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언젠가는 세종역이 들어서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창일 의원(제주갑)은 “쫀쫀하게 하지 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세종역 설치 주장을 거들었다.

한 술 더 떠 호남권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오송역 대신 천안·아산에서 세종을 거쳐 익산을 잇는 `오송 패싱'단거리 노선 개설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은 지난 17일 국회 5분 발언을 통해 “호남 입장에서는 잘못된 기존 노선을 복복선화하는 것보다 `천안·아산~세종~공주~익산'으로 이어지는 단거리 노선을 개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의 주장에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에 역이 없어서 되겠느냐는 단순한 논리까지 얹혀져 세종역 신설 목소리에 힘이 붙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세종역 반대를 주장하는 충북의 논리는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역이며,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합의에 따른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당시 약속을 강조하는 등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에 치우쳐 있다. 자칫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송역이 분기역으로 결정될 때 호남의 협조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노선 곡선화로 약 18㎞의 거리가 늘어났고 호남 이용객들은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이때 충북은 증가하는 요금 면제 노력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이시종 지사도 최근 “호남 주민들에게 빚 진 마음”이라고 미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호남지역 여론이 세종역 설치를 넘어 `오송 패싱'단거리 노선 개설로 모아질 경우 오송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충북은 정치적으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SOC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KTX세종역 신설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종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세종 정부청사의 기능이 확대되고 있어 세종역의 사업타당성 확보는 이미 예견된 사실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남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단거리 노선 개설이 현실화되기는 힘들겠지만 논란만으로도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충북이 KTX 세종역을 반대하는 이유는 오송역 활성화다. 그렇다고 호남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 이를 다소 비약해 얘기하면 이웃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막아 내 이익을 취한다는 것인데 이제 서로 상생해법을 심각히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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