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떠나보내고 눈물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 떠나보내고 눈물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10.25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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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署 여경 강압 감찰 사건 1년 …
“아내를 떠나보낸 뒤 하루하루 눈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꼭 1년이 흘렀다. 촉망받던 여자 경찰관을 천 길 낭떠러지로 내몬 `충북지방경찰청 강압 감찰 사건'.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남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고통은 오롯이 고 피모 경사(당시 38세·여) 유족 몫으로 남았다.

남편이자 동료 경찰관인 정모 경위. 그는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한(恨) 섞인 눈물 탓에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도 편히 잠든 날이 없어요. 왜 우리만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하고 또 억울합니다.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은 버젓이 잘살고 있는데….”

단란했던 경찰관 가족을 짓밟은 건 다름 아닌 종이 한 장이었다. 지난해 7~9월 충주경찰서와 충북지방경찰청에 익명 투서가 날아들었다.

`동료에게 갑질을 한다', `상습 지각과 당직 면제로 피해를 주고 있다'. 전형적인 내부 고발이었다.

대응은 둘로 나뉘었다. 충주서는 투서가 음해성이 짙다고 판단해 `각하'처분한 반면 충북청은 감찰기능을 가동했다.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은 피 경사는 지난해 10월 26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편과 7살, 10살 난 자녀를 뒤로한 채.

남편 정 경위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아내가 떠나기 전 남긴 말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걸린 까닭이다. `저 사람들이 날 죽이려 하나 봐'. 억울함을 풀어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정 경위는 감찰 담당자와 익명투서자 등을 경찰청에 고소했다.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를 통해선 감찰 담당자의 강압 감찰 행태와 익명 투서자 정체가 드러났다. 결국 이들은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무고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정 경위는 아직도 아내의 억울함을 풀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지 4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어서다.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뒤 특별히 진행된 사항이 없어요. 이를 지켜보는 유족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어요. 빨리 수사가 이뤄져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그나마 억울함이 풀릴 것 같아요.”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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