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0.24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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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공 광 규

메뚜기가 햇살을 이고 와서
감나무 잎에 부려놓았다

귀뚜라미가 악기를 지고 와서
뽕나무 아래서 연주한다

여치가 달을 안고 와서
백양나무 가지에 걸어놓았다

방아깨비가 강아지풀 숲에 와서
풀씨 방아를 찧고 있다

가을을 이고 지고 안고 찧고 까불며 오는데
곤충들 뒷다리가 가을밤만큼 길어진다.


#어린아이적 발상이 참신할 때가 많습니다. 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메뚜기가 햇살을 이고 와 감나무 잎에 부려놓았기 때문에 가을이 오기도 합니다. 귀뚜라미의 연주에, 여치의 달에, 방아를 찧는 방아깨비 덕분에 가을은 옵니다. 이고 지고 안고 찧고 까불며 오는 가을, 넉넉한 들판만큼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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