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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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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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법을 배워라
윤 명 숙 <논설위원·충청대 경영회계학부 부교수>

학기가 시작되었다. 신입생도 들어왔다. 조금 있으면 각 학과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MT 행사를 치를 것이다. 최근 대학의 MT 행사가 매우 건설적으로 변해 술을 강요하고 만취시키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런 학생 중심의 MT. 졸업 여행 등의 연례행사를 치르다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10년 전쯤의 이들 선배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선배들은 술도 잘 마셨지만. 운동도 잘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했고. 실력도 좋았다. 그리고 매사에 의욕적이었고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더 컸던 것 같다. MT 등에 가면 밤새 술판을 벌리는가 하면.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농구하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뒤늦게 강의실로 뛰어 들어오는 학생도 적지않아 나무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무더운 여름철 이 학생들의 땀 냄새를 참아내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그리고 F학점을 받아 고생을 시킨 교수이지만 졸업 후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이었다. 야단도 많이 치고 잔소리도 했지만. 필자는 이들의 생동감 있는 삶의 태도를 소중하게 여겼고. 이들만이 갖게 되는 그 낭만을 존중해 주었다.

반면 오늘날 대학생들은 선배와는 달리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최근 들어 교사 주변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을 보지 못한 것이 꽤 오래된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축구나 농구 등 팀 운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다. 집중력도 의욕도 떨어지는 것 같고. 또 온 나라가 사교육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도 이들의 실력은 선배들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 현장의 대세이긴 하지만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과거만 못하다. 입학식. 졸업식. MT. 졸업 여행 등 학교나 학과 행사에 참여하는 비율도 현저하게 떨어져 아예 졸업 여행 프로그램이 없어진 학과도 있다. 이들이 중·장년이 되었을 때 반추하게 될 대학 생활의 추억이나 낭만이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현상은 필자가 속해 있는 대학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학회에 가면 만나게 되는 각 대학 교수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니 말이다.

공·사교육으로 가득 짜여져 있는 우리 아이들의 일과표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다양하게 다면적으로 맛보고 느낄 수 있는 두툼한 레퍼런스를 만들 짬을 주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독서나 사회봉사 활동도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이 되다보니. 스스로 생활을 누리고 즐길 줄도 모르고 자신의 삶에서조차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만 하고 놀지 못하게 하면 아이를 바보로 만든다고 했던가. 미국의 호스피스 운동가로 유명한 로스와 그녀의 제자 캐슬러는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쓴 '인생 수업(Life Lessons)'에서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일평생을 놀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이다.

놀이는 마음을 젊게 하고. 일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인간관계를 잘 맺게 해주고 또 삶의 균형을 잡아 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기 때문에 놀이는 삶을 가장 충만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거 삶 중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때보다는 즐거웠던 때를 기억하고 이를 얘기한다는 것이다.

'긍정의 힘(Your Best Life Now)'의 저자 조엘 오스틴 목사는 60세가 되기 전에 꼭 해야 할 10가지 중 하나로 "노는 법을 배우라"고 권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참살이(Well-Being)를 위한 생활 습관으로 '취미 갖기'를 꼽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삶을 즐기는 방법 즉 제대로 노는 법을 알게 해 준다면 '베르테르 효과'가 번질까하는 염려는 영원한 기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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