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10억 몰래 변론' 처벌될까…관건은 청탁 입증
우병우 '10억 몰래 변론' 처벌될까…관건은 청탁 입증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10.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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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몰래 변론 등 10억5000만원 수수 혐의
경찰 "수사 무마 등 청탁 명목 금품 받아" 판단

법조계 "경찰 수사만으론 입증 안 돼" 회의적

검찰 내부에서도 "혐의 구성 어려워" 분위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을 맡는 등 '몰래 변론'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향후 처벌을 받을지 주목된다.



우 전 수석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법망을 피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1년여 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인천 길병원, 현대그룹, 설계업체 건화 등으로부터 수사 무마 취지의 청탁을 받고 착수금 등 명목으로 총 10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사를 거쳐 우 전 수석이 변호인의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지난 17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몰래 변론 활동을 통해 당시 의뢰인에 대한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내용만으로는 우 전 수석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 성립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우 전 수석이 청탁을 받아 불법적인 변호 활동을 했다는 부분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길병원 사건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만난 사실을 들며 청탁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우 전 수석은 사건 설명만 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찰 또한 만남 외에 청탁과 관련된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아울러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도 우 전 수석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는 등 직접적인 말을 들은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의 경력에 기대를 했을지언정 부정한 청탁이 실제 있었는지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청탁 정황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된다"며 "우 전 수석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증거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관 출신의 변호사도 "지금까지 나온 수사 내용만으로는 변호사법 위반죄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수사 내용은 변호인의 활동에 대해 너무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 전 수석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큰 상황이지만, 법리 적용에 있어서는 엄격히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배당한 뒤 기록을 검토하고 있지만 범죄 혐의 구성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임료를 준 의뢰인으로부터 상당한 진술이 나와서 '거의 브로커다' 정도의 수준이 되더라도 무죄가 나온다"며 "(경찰 수사 내용은) 그런 바탕 자체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4차례 반려돼 제기된 '제 식구 감싸기' 지적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을 구속하는 등 제 식구라고해서 봐주고 이럴 입장이 아니다"며 "경찰 수사를 짓누르거나 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열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경찰 송치 기록 외에도 검찰 자체적인 보강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탁 경위와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진술 증거에 더해 거래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가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껏 확인된 증거 외에도 추가 증거가 더 확보돼야 범죄요건 구성이 수월해지고, 기소도 이뤄질 것"이라며 "특수부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검찰이 의지를 갖고 좀 더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영장 청구로 구속 위기에 놓였다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풀려나는 등 '법(法)꾸라지'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후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지시 등 혐의로 세 번째 구속 심사 끝에 구속됐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국정농단 방조'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은 이밖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에도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상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우 전 수석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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