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주어서 한인 삶
못 주어서 한인 삶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10.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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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주년 행사에 국내를 대표하는 기부천사 10인 중 1인으로 선정된 김은숙 대표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단팥죽 가계를 운영하십니다. 김 할머니가 처음에는 가난해 월 1만 원씩 기부하다 차차 수입이 늘자 월 15만 원씩 기부를 하고 지금은 사업이 번창해 월 500여만 원씩 기부를 하십니다. 더하여 올해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 전액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참으로 장하고 훌륭한 분이라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즘 단풍놀이를 다녀오시는 분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꼭 황금 들녘으로 여행 가시는 분도 있답니다. 신기하게 느껴져 왜 들녘으로 여행을 가느냐고 물었더니 비바람 맞아가며 일 년 동안 공들여 알찬 결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사실 그 황금 들녘을 만드는 주인공들은 자신을 일 년 동안 공들여 가꾸어서 누군가에게 온통 다 주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습니다. 그 선물을 받을 때는 당연한 결과처럼 거두지만 그들을 가꾸고 돌보아온 농부들의 노고가 더해지고 천지의 비와 바람 햇볕과 땅의 보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치에 비추어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자신을 가꾸고 희생해 맺어지는 결과물은 결국 누군가에게 주기 위함입니다. 주는 일이 당연하고 나누는 일이 행복하며 그것이 인간들의 본래 타고난 운명이라 여겨집니다.

김은숙 할머니가 더 못 주어서 한이듯이 우리도 같이 살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온통 다 주면서 사는 삶이 대부분입니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이쁜 짓으로, 결혼해서 부부가 자녀를 기를 때는 자녀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더 못 주어 한인 듯 애정으로 기릅니다.

단지 주는 범위가 조금 넓어서 많은 사람에게 주느냐 아니면 가족에게만 주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인생살이가 결국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그것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어 나도 살고 너도 사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주는 삶이 모두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따라 해보고 싶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김은숙 할머니를 더 장하게 느끼도록 하는 까닭은 자신이 가난하고 어려워도 콩 한 조각을 나누듯 현실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는 것입니다. 나눔을 생각하면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아무나 못 해!'할 텐데 그래도 가진 것을 나보다 못 가진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그 마음이 자신을 행복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며 주위 사람과 고락을 나누는 아름다운 결실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을 보면 그때는 나도 그렇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하다가도 현실의 내 삶을 보면 결국 여유가 있을 때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나누는 것은 못 하고 말더라고요.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자신만을 위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고락을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만 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위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나누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내서 그 일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물질의 작은 일부를 가지고라도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그 나눔을 통해서 나에게 와지는 보상을 한번 느껴보십시오. 인생을 사는 보람이란 것이 이것이구나 할 것입니다.

혹 지금의 삶이 힘들거나 괴롭다고 생각되는 분들이라면 지금 나누려는 마음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실천해 보십시오. 그러면 뿌듯하고 가슴 가득 행복감이 차오르는 희열을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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