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국가주도 축제여야 한다
직지, 국가주도 축제여야 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0.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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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직지의 고장 청주를 알리고 세계인쇄문화의 메카로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2018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 지난 21일 폐막했다. 국제행사로서 2번째 맞는 이번 행사는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주 동안 청주시 일원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예년보다 축제 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축제 기간도 두 배로 늘어나면서 행사규모는 비슷한 수준에서 마무리되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메인 행사장인 청주예술의 전당 일원이 이전에는 유료 관객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유료 존과 무료 존으로 나눠 진행하면서 시민참여에 주안점을 둔 모습이었다.

특히 주제전과 특별전 등 전시장은 직지의 가치를, 체험행사와 야외공연 등은 시민참여라는 의미를 담아 두 트랙으로 운영됐다. 직지와 관련된 행사가 일반 축제와는 다른 지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과 더불어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서의 기능도 간과할 수 없음을 반영하고 있음이다.

그럼에도 `직지' 축제가 국제페스티벌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 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 직지의 가치나 위상과 비교하면 여전히 청주만의 지역축제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는 직지상 시상과 축제를 통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가져왔다. 세계 20여 개국 인쇄박물관 관계자들이 참가해 세계박물관협회를 창립하고, 직지상 수상국들이 기록 보존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추후 세계 각국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로 기록 도시로서의 청주 상징성도 담보한다지만, 외국인 몇십 명을 초대하는 것으로 국제행사의 위상을 보여주었다고 자부하기엔 부족하다. 직지와 관련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도 직지의 현재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다시 2년 후 직지코리아 페스티벌이 좀 더 성장하고 성공하는 축제가 되려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는 2001년 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끊임없이 던져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직지는 고려시대에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은 금속활자로 찍은 책 중 세계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의미는 우리나라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말이 아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직지의 가치는 세계적이라고 자부할만하다.

그러나 20여 년간 청주시가 뚜렷하게 맥을 잡지 못하고 행사 위주로 직지를 기념하면서 지역행사로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직지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 도서관 수장고가 굳게 문을 닫아걸수록 직지찾기운동이나 직지반환운동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직지의 부재가 클수록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기엔 지역적 한계가 분명했던 것이다.

이제 직지의 가치를 조명함에 있어 청주의 직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직지로 축제를 전환해야 한다. 범국가적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체감도가 떨어지는 지역행사로는 직지의 부재만 키울 뿐이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기획 자체가 지역에 국한한 것부터 우리 스스로 직지의 영역을 좁히는 것이다.

단체장은 의지를 가지고 정부 차원의 국가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직지의 실체를 발견하고 직지의 가치를 정부 차원에 조명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지는 청주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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