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 지금까지 왜 몰랐나
유치원 비리, 지금까지 왜 몰랐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10.22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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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11일 국감에서 사립 유치원의 비리를 폭로하고 근절을 위한 입법 절차를 밟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용진 의원(민주, 강북을). `유치원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화제의 인물이 됐지만 그 시작은 꽤 험난했다.

박 의원의 사립 유치원 비리 폭로는 사실 국감 6일 전인 지난 5일 시작됐다. 국회 세미나실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연 게 시발이었다. 하지만, 이 토론회는 난장판이 되면서 끝내 무산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회원 300여명을 몰고 토론장에 몰려와 실력 행사를 하면서 행사를 저지했다. 난장판이 된 토론장의 모습은 그날 고스란히 영상으로 안방에 전달됐다.

그리고 6일 후. 한 방송사가 박용진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를 심도있게 다루면서 국감 최대 이슈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어린이들의 교육비로 쓰라고 지급된 국가 지원금으로 수백만원 짜리 명품 핸드백을 사고, 원장의 아파트 관리비나 노래방 비용, 벤츠 차량 유지비 등으로 써버린 유치원 원장들의 비리가 고스란히 소개됐다.

관련된 유치원 수는 전국 1800여 곳으로 최근 5년 동안 6000여 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많은 언론사가 뒤따라 이 사실을 보도하자 여론은 곧바로 들끓었다. 일부 유치원의 일탈로 몰고 가려던 한유총도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박 의원의 폭로가 유사 비리의 근절을 위한 입법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사실상 보조금 성격이면서 지원금으로 분류돼 회계 부정을 저질러도 사법 처리를 받지 않고 있는 유치원에 대한 국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보조금 관리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번 사례처럼 지원금을 사적인 용도로 집행한 원장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해진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 주말 자신의 블로그에 인사말을 올리고 이번 비리 폭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용기 잃지 말라고 문자, 댓글 등을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으며 특히 5000원, 1만원 등(후원금)을 보내주시며 남겨주신 응원 메시지는 국회의원이 된 처음 경험하는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폭로에 이르기까지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차례로 소개했다. 그 첫째는 `1년 가까이 이 문제를 파고들었던 정치하는 엄마들'. 두 번 째는 `현장에서 문제점을 치열하게 파헤쳤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 셋째는 `진상을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소송을 각오하고 매달려 온 MBC와 기자들'. 넷째는 `흔들림없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일하는 박용진 의원실의 보좌진' 등.

이중 세 번 째 특정 언론사 기자들을 칭찬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고 보니 이번 유치원 비리를 이슈화하면서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사가 MBC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 숱한 많은 언론사가 지금까지 왜 이런 지경에 이른 유치원 비리에 침묵했을까. 교육부는 물론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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