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지는 연습
잘 넘어지는 연습
  •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10.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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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얼마 전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전 유도선수 조준호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책 읽는 모습이 신선했다. 그는 유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간 날 때 `논어'등 인문도서 읽기가 취미란다.

“공자의 논어는 옆에 끼고 살았다. 삶에 필요한 성찰은 감사하게도 이미 과거에 철학자들이 다 해놨으니까. 우리는 따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색하고 고민할 시간이 모자라서 공자의 사색과 고민에 기대었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며 현재 용인대학교 유도 코치인 조준호 선수의 책 `잘 넘어지는 연습(생각정원)'을 읽었다. 그는 넘어질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기보다 잘 넘어지는 연습을 통해 여유를 갖고 서서히 일어나라고 말한다.

“어차피 넘어질 수밖에 없다면 잘 넘어질 것,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유도와 사이클 선수는 잘 넘어지는 연습부터 한단다. 여러 번 넘어져 본 사람이 넘어지는 이유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대입해도 좋을 구절이다. 실패를 딛고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자신을 다독이는 응원이 필요하다. 그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고 국가대표가 되었지만 3년 동안 일곱 번의 국제대회 내내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한때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른 선수에게 기술을 배우고 체력을 키우며 더 단단해졌다.

누군가는 그에게 동메달이 아쉽지 않으냐고 말했지만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이었기에 충분히 만족한단다. 세평의 유도장이 아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에 26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만으로 유도장을 차렸지만 6개월 동안 회원이 없어 고전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한 달에 열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가가 되었고 독서토론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어 나갔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유도장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

그는 젊은 나이지만 삶의 깊이가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다. 은퇴 후 특별한 꿈은 없지만 매일 열정의 삶을 살면서 몰입할 것이 있음에 감사했다. 어릴 때부터 유도를 했지만 이기려고 기를 쓰는 선수가 아닌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자랄 수 있도록 한 부모의 남다른 교육철학도 빛났다.

우리 도서관에서 오는 27일 `잘 넘어지는 연습'을 주제로 조준호 강연회가 열린다.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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