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의 달
전교의 달
  •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10.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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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성당들은 매년 10월이 되면 전교의 달을 보냅니다. 세상에 하느님을 전하는 선교를 집중적으로 행하며 성당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 여러 활동과 행사를 개최합니다.

저희 성당에서도 10월 한 달간 `새가족 찾기 선교운동'을 시행 중에 있으며 구역반별로 팀을 나눠 33일간 9일기도, 금식기도, 고리기도, 성체조배 등의 배정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사 전후로 선교구호를 외치고 인사에도 “찬미 예수님, 선교합시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장이 서는 날과 주일 낮 2회 가두선교가 계획되어 있으며 환영식날도 잔치를 벌일 예정입니다.

사실 천주교는 적극적인 가두선교를 하거나 가정방문을 통한 선교에 조금은 소극적이며 눈치를 봅니다. 옆집인 개신교 신도들을 보면 때론 그런 면이 부럽기도 합니다. 자주 거리에 나와서 어깨띠를 두르고 친절히 인사하며 작은 선물과 함께 교회에 나와 보시지 않겠냐고 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신자들 중에 저런 분들이 왜 이리 찾아보기 어렵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해봅시다.”라는 생각으로 활동계획을 짜면서 가두선교를 넣었습니다. 초대문구가 들어간 배너광고판을 제작하고 탁자와 의자도 놓고 나눠줄 선물도 준비하고 함께 모여 기도하며 출발했습니다. 다들 어색함에 선물도 남고 의기소침하면 어쩌지 했는데 선물이 30분에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선물이 동났다는 전화를 받고 `이야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잘하시나'라고 생각했는데 응원차 중간에 방문하니 아니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에 선물을 마구 뿌려버렸던 것입니다.`주는 사람도 기분 좋고 받는 사람도 기분 좋고'라는 마음이었는지 또는 자원봉사나 선물 나눔 행사처럼 생각했는지…. 서로 기분 좋은 시간이었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초대의 말과 인사보다는 어색함을 지우기 위한 선물공세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백화점에서 행사나 세일기간 선물을 받아가듯 우르르 모인 사람은 밀물 빠지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중반에 방문했을 때에는 쭈뼛쭈뼛하며 어색한 분위기에서 선물이 없으니 뭘 해야할지 모르는 방황의 시간 같았습니다. 확실히 열정과 마음만 가지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처음부터 잘하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예상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였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자주 개인적 성향이 강하여 주위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조용히 홀로 신앙생활을 한다고 좋게 포장해 말하기도 합니다. 옆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라고 까지 말합니다. 하지만 직장 동료로 10년을 함께 지냈는데 그가 천주교 신자였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선교에 무감각하고 자신의 신앙에 저리도 자신감이 없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환영식날 몇 사람이 초대되어 성대한 행사를 하는지에는 큰 관심 없습니다. 물론 많이 오시면 기분 좋겠지만 그보다는 지금 현재 신앙생활 중인 공동체의 변화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주의라는 핑계는 그만하고 조금 더 적극적인 선교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웃 종교의 모습에서 자신을 반성하고 배울 것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식당에서 자신 있게 기도를 하며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일용할 양식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당당함을 보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전교는 단지 거리로 나가 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생활 안에서부터 자신이 가진 신앙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복음의 참 기쁨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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