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사랑
또 하나의 사랑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8.10.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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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어디서 아기 우는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우는소리다. 꽤 오래전부터 들리는 아기의 울음. 밖을 나가봐도 우는 아기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뒤쪽인가 싶기도 하였으나 사무실 뒤쪽은 4층 건물로 꼭 막혀 있어 확인할 필요도 없는 곳이다. 어느 무심한 어미가 저토록 처절하게 우는 아기를 방치하고 있단 말인가. 아기는 어쩐 일로 저렇게 목이 터져라 우는 것일까. 너무나도 안타까움에 사무실을 나가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았으나 역시 우는 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근처 가까운 곳인데,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고…….

저 아기는 어디가 얼마나 아픈 것일까. 저 아기의 어미는 또 무슨 사연으로 아기를 돌보지 못하는 것일까. 아직 10개월이 되지 않은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입장인 나는 어디선가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화곡동 어린이집 영아사망사건을 뉴스에서 접한 바 있다. 서울 화곡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다. CCTV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육교사가 아이를 엎드리게 한 채 이불을 씌우고 올라타 누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애를 재우려고 이불을 덮어씌우고 올라타 압박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제는 또 아이를 구타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방영된 바 있었다. 많은 국민이 아들, 딸, 손자, 손녀를 생각하며 폭행 장면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고 분노하였다. 어린이집 폭행이 잊을만하면 계속 불거져 나오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지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은 없을까.

해당 화곡동 어린이집에서 확보했던 CCTV 영상과 동료 보육교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학대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니 어떻게 이런 사람이 보육교사가 되었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사망한 영아의 사인은 비구폐색성 질식사로 파악됐다. 비구폐색성 질식사란 고와 입이 동시에 기계적으로 폐색되어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영아 사망 사건으로 A씨가 어떤 법적 처벌을 받을지 세간의 이목이 모인다.

어린이집이 단순히 아기를 돌보는 탁아의 개념이 아니다. 만 6세 이전에 인간의 언어의 50% 이상을 인간이 습득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 영유아 때의 교육이 일평생을 좌우한다. 그래서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과의 연계. 통합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TV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어린이집 아이 폭행 장면을 통해서 손녀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참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당황스럽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이뤄질 수 있나.

전화할 곳이 있어 핸드폰을 여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바로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니 이럴 수가. 우는 아이가 내 손녀였다니…….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갔다.

며느리에게 전화로 심부름을 시키고 서로 전화를 끊지 않아 계속 통화 중이었던 것이다. 며느리는 아기를 재워 놓고 잠시 마트를 다녀오는 동안 잠에서 깼고 엄마를 찾다가 문틀에 코방아를 찧고 만 것이었다. 아직 걷지는 못하고 이제 막 따로서기를 간신히 하는 우리 아가.

세상에 그 누구, 그 어떠한 것 보다고 아끼고 사랑하는 귀여운 손녀다. 내리사랑이라 했다. 아들 어릴 때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각별한 사랑. 이 세상 그 무슨 사랑이 이만하랴. 잼잼잼,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왼손 손바닥에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을 댔다 뗐다 어여쁘고 귀여운 우리 아가. 내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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