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청주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10.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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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어떻게 이리 선명할 수가 있나요?” 며칠 전 영화감독, 드라마PD, 방송작가, 언론매체 편집장 일행이 주제 전에 전시된 묘덕계첩을 보고 한 말이다.

“그러게요, 이것이 바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고려의 찬란했던 문화의 증빙 내지는 표상이 아닐까요?” “계첩에 사용된 종이는 감지입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아시죠? 고려지에 쪽으로 염색한 것입니다. 쪽을 발효시켜 염색하게 되면 향균, 살균, 방충효과가 있죠, 이 감지에 금·은니로 변상도를 그리고 글을 씁니다. 글의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수최상승무생계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켜야 할 계율을 적은 것이죠, 여기서 문수라는 한자가 보이죠? 문수는 문수보살을 말합니다. 문수보살은 반야지혜의 상징으로 모든 부처님의 스승이요 석가의 능신입니다. 곧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화신입니다. 인도출신 승려로 중국을 거쳐 고려에 입국한 지공 指空이, 자신이 번역한 `문수최상승무생계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켜야 할 계율의 내용을 적어 묘덕에게 준 계첩입니다.” “감지에 금은니로 필사하여 만든 것입니다. 물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반영된 것입니다. 단순계첩이 아닙니다. 최상의 종이, 염색, 금·은니, 붓이 만들어낸 물건에 지혜의 완성인 내용을 담은 것이죠. 현존하는 지공의 무생계첩 3점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가장 완정한 상태입니다.” “1326년, 충숙왕 13년에 받은 것입니다.”

“금속은 무엇으로 녹입니까?”, “뭘까요?”, “당시는 석탄도 없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참나무 숯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한 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청주 출신으로 현 장관을 지내시는 도종환 시인의 [참나무장작] 이라는 시가 있죠. 불꽃은 화려하지 않고 소리 없이, 나무속을 돌아 나오는 푸른 불꽃, 소란스럽지 않으며, 오래 태우는 나무의 변신, 숯입니다”, “참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행사장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나무가 아무리 귀해도 십자가만큼은 떡갈나무로 만들었죠. 직지로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참나무과의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가 있죠”, “굴참나무는 충숙왕과도 연이 있는 나무죠”, “충숙왕이 장마철에 암행을 나가 지붕재만이라도 굴참나무로 했으면 아이디어를 주었고, 굴참나무는 높은 곳에 자라는 나무라 굴피를 얻는데 여간 힘들지 않았다 합니다. 그래서 골병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골참나무라는 말도 있습니다”

“왜 달입니까?”, “달이요, 늦은 밤 장독대위에 물을 떠놓고 빌던 엄마가 생각이 나네요”, “달에게 비는 단 하나의 소원,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소원을 담아낸 건 아닐까요?”, “여기 달의 그림 200여점을 배경으로 실향민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살았던 동네를 기억하며, 약도를 그린 것도 있고, 글을 써보기도 하고, 살던 집을 그리워하며 멋지게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제가 세어봤더니 5,788점이네요” “가슴이 울컥하네요. 정성들여 쓴 글맵씨도 그렇고, 표현도, `움물'. 논 한가운데 움푹 패인물이겠죠?”, “저도 지금 집에 우물이 있는데, 저도 어릴 때 논 한가운데 `툼벙'이라고 부르던 것과 같은 것 같네요” “저보다 연세가 많이 드셨는데, 같은 시간을 살았나 봅니다”, “가슴 깊은 곳에 각인된 기억에 대한 기록입니다”, “작가는 청주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강익중 작가입니다.”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많이 듣고 얻어갑니다”, “그간 말로만 듣던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동입니다. 청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네요” 행사장을 찾아주시는 외지 분들이 시간을 같이하고 떠나시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청주에 관심을 갖고 자주 찾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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