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망국론
교육망국론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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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86년 5월 10일 `교육민주화선언'을 토대로 탄생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거친 뒤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이 당시 협의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교육민주화 실현과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참교육 실현과 사립학교 민주화 등 학교 민주화 투쟁, 교육악법 개정 투쟁 등에 앞장서 왔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1989년 창립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우리의 다짐>을 통해 가정과 학교, 사회가 교육의 삼위일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성적보다는 인성과 소질, 소망의 존중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귀함, 더불어 사는 지혜와 사랑을 가정에서의 몫으로 강조한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위한 평등교육과 좋은 학교, 즐거운 교실을 만들어주기 위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의 관심과 참여, 학교자원봉사, 학부모 교육권의 올바른 행사를 다짐한다. 사회적으로는 학력과 학벌보다는 사람됨과 능력으로 평가하는 사회, 성과 지역, 직업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 분단의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장서기,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해 모든 부문의 사회개혁 참여 등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빠짐없이 열거하고 있다. 이쯤이면 푸짐한 성찬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말들이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30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구호에만 그칠 뿐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직을 천직과 교단의 신성함은 직업적 노동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전제적 어리석음 또한 만만치 않다. 선생님은 사라지고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만 남았다는 탄식도 있다. 게다가 학습과 지식은 이미 사교육시장에 넘겨준 지 오래, 학교는 오로지 정규교육과 상습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한탄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사립 유치원이 교비로 원장의 핸드백을 사거나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사용하고, 원장 자녀의 대학 입학금과 사교육 학원비를 납부하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용도로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가 드러났다. 전면 감사가 아닌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의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드러난 셈인데, 이쯤이면 사립유치원이 온갖 비리로 얼룩진 온상이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년 이후의 세대들에게 유치원은 꿈의 장소였다. 크게 부족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굳이 유치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아버님의 교육 방침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 당시 노란 유치원복을 입고 등원하는 동무들이 부러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외벌이로는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필수 교육코스가 되었으나, 교육 정책은 이러한 변화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공립 유치원을 대폭 늘린다는 정책을 내세웠으나 그마저도 실천은 미적지근하다.

자본주의에서 사립유치원과 학교를 호구지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근본적으로 비난할 명분은 없다. 다만 스승으로서의 선생님과 직업으로서의 교사라는 경계에서 가치관의 부등호가 어느 방향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뻐꾸기는 자기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위탁해 포란시키는 탁란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 휘파람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 등 저보다 훨씬 작은 새들의 둥지가 탁란의 주요 대상인데, 심지어 원래 주인새보다 빨리 부화하면서 그 새끼들을 다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어미새는 의붓자식을 제 새끼로 여겨 알뜰살뜰 보살피는데, 서로에 대한 각인효과는 크다.

탁란과 각인은 인간세상에서 유·초등교육과 흡사하다.

교사에 의해 근절되지 않는 폭력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범죄의 지경에 이르는 비리가 횡행하는 유치원에서 올바르고 정직하며,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성적보다는 인성과 소질, 소망의 존중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가꾸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귀함, 더불어 사는 지혜와 사랑을 키우며 성장하는 미래를 희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바뀌면서 오로지 일류대학 진학만 겨냥하는 대학입시제도를 비롯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획일화되고 다양성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교육제도는 말 그대로 교육망국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극히 관료화되고 있는 교육 당국과 개혁과 변화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그들만의 울타리이다. 내 자식의 정규 교육만 끝나면 도대체 관심이 없는 사회도 그렇다. 가정과 학교, 사회. 그 교육의 삼위일체를 참 오랜만에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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