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O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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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10.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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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나는 뭐든지 `일단은 한 번은 해보자'주의다. 책도 다양한 분야를 읽으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다. 책 분류 작업을 하려면 깊게 알 필요는 없지만, 얇고 넓게 알아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 직업상 베스트셀러 목록은 항상 보는데, 알아야 할 것이나 유행하는 것은 바로 순위로 나타난다. 그러니 매번 공부해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된다. 찾아 읽거나 듣거나 봐야 한다.

그런데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싶은 분야 중 하나가 힙합이다. 클래식부터 재즈, 락, 찬송가나 민요, 판소리 등 여러 분야의 음악을 들었지만 힙합만큼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힙합은 들으면 외국어, 마술 주문 같다. 힙합 추천해 달래서 들어봤지만 뭔 노래인가 싶었다. 그런데 즐겨 보던 드라마에서 비와이(BewhY)라는 힙합 가수가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고, 인상깊어서 힙합을 듣는 남동생에게 `비와이 유명하냐?'라고 물어봤다. 남동생이 어이가 없던지 보통은 읽음 확인만 되고 답이 없는데 바로 답신이 왔다. `아주 유명해'라고.

그래서 힙합을 이해해보려고 최근 시작한 한 방송을 챙겨 보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이게 왜 검색어 순위에 종종 올라가며 화제가 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모르니까 또 책을 찾아 읽는다. 그래서 고른 책이 이 `4go뭉치' (J1 제이원 지음, 창비출판사)다.

사실 나는 이 책이 힙합 해설서인 줄 알았다. 분류도 그리되어 왔다. 오해할 만하기도 한 게, 힙합 용어에 대해 해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권재원, 래퍼로 정한 이름은 한눈팔기. 매번 한눈을 팔아서 `한눈팔지 마'라는 말을 듣는 주인공의 힙합 도전 이야기더라. 자기가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소리를 내는 박치기. 별의별 희한한 말을 다 랩으로 말하는 말더듬이, 뭐든지 웃으며 알겠어요(영어로 I see 아이 씨)라고 말하는 학교 최고의 모범생 아이씨라는 네 명과 크루(여러 친구들이 힙합을 위해 모여 만든 집단)와 넷이(4) go(가자) 뭉치(뭉치자)를 이루기까지의 만남에서 공연까지의 이야기다. 음악-힙합에 분류해 놓았는데 ISBN 끝자락에 달린 분류도 문학이고, 읽어보니 이건 힙합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이더라. 분류 정정하고 라벨 다시 붙여야 할 듯싶다.

책은 유쾌하다. 한눈팔기를 남자로 생각하고 읽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자애다. 중간에 밝혀지는데, 그림에서의 외모도 그렇고, 재원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그 장의 내용도 그렇고, 이건 작가의 의도가 있더라. 소설 자체가 랩처럼 빠르고 재미있다. 전개에 따라나오는 중간의 랩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읽어 보게 된다. 오래간만에 팔락팔락 넘기면서 웃고, 입으로 소리 내서 읽어 본 소설이다. 라임이라는 게 이런거구만. 훅이란 게 이런 걸까? 배운 힙합 개념들을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라.

랩을 흥얼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공감대를 좋은 방향으로 형성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책을 발견한 거 같다. 종이 위에서도 뭔가 비트가 들릴 거 같은 소설이었지만, 나중에 드라마나 단편영화로 나와서 제대로 비트를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가수 마미손의 소년점프처럼, 소리로 듣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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