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짜다면 짜다
손님이 짜다면 짜다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8.10.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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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진 차장(충주 주재)
윤원진 차장(충주 주재)

 

어느 식당에 가면 액자에 걸려 있는 문구가 요즘 들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손님이 짜다면 짜다'는 이 문구는 고객 최우선주의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인데 고객의 불편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느껴진다.

식당가에 이 명언이 있다면 기업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한 식료품업체 CEO의 두 가지 원칙이 회자하고 있다. 제1조가 `고객은 언제나 옳다'이고 제2조가 `만약 고객이 옳지 않다는 확신이 서면 원칙 제1조를 보라'이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 말들은 결국 `고객만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로 풀이된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식당도 기업도 존재가치가 없다는 뜻일거다.

이 가치는 시정에 빗대면 더욱 빛이 난다. 선거기간 목이 쉬도록 외쳤던 말들이 이런 명언과 원칙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충주시민들은 마음이 아프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최근 충주라이트월드와 관련한 시의회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치·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답변했는데 약간 흥분한 모습이 느껴졌다. 최근 공중파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저런 사업에 저 정도로 계속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보도나 공격이 계속되는데 식당인들 견디어 내겠습니까? 공장이 견디어 내겠습니까? 대기업인들 견디어 내겠습니까?”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얼마 전 라이트월드 유치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결국 조 시장은 라이트월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의혹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그런 것인가 보다. 조 시장이 청렴하고 공정한 행정을 우선한다는 건 대다수 시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조 시장은 억울할 수도 있다. 관광활성화 명분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라이트월드를 유치했는데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시민들은 `짜다'는 거다. 지금 조 시장의 모양새는 계량컵을 이용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블랙컨슈머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충주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유롭게 드나들던 무술공원에 철 울타리가 쳐졌다는 데 있다. 이는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라이트월드의 현실을 경험하며 더욱 뚜렷해졌다. 이런 시민들에게 관광활성화 명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부지 결정에도 시민 의견을 반영했다면 과연 지금의 사태가 발생했을까 의문이다. 시민들에게는 무술공원 개발에 관광진흥법이나 공유재산관리법이 적용됐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아마 무술공원에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세계적 관광시설을 유치했다면 통제가 되고 특혜의혹이 기승을 부려도 손뼉을 치고도 남을게 시민들이다.

시민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라이트월드 측 계획대로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라면 지금이라도 수안보 등 다른 장소로 사업장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술공원도 되찾고 관광활성화 명분도 세우자는 거다. 머리를 맞대면 안 될게 없다.

행정학의 본분은 정해진 틀에 주민들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합당한 요구에 편의를 더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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