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파기·수정 슬그머니 넘어갈 일 아니다
공약 파기·수정 슬그머니 넘어갈 일 아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10.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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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도의원들이 도의회에서 이시종 지사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사의 민선 7기 일부 공약이 폐기되거나 계획이 변경된 것에 대해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연종석 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때 이 지사가 공약한 공공산후원 증평 건립이 공약사업평가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공약을 했다가 폐기한 적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 바꾸기 식의 공약 남발에 따른 피해를 도민들에게 떠넘기고 빈 공약으로 표만 얻어가는 방식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단양이 지역구인 오영탁 의원은 단양의료원을 지방선거 때 약속한 대로 도립으로 건립해야 달라고 요구했다. 도가 군이 운영을 맡는 군립 병원 방식을 요구한 데 대해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사실 두 공약 모두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 대한 약속이어서 많은 주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공약을 보고 이 지사에게 표를 준 주민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약을 폐기하거나 계획을 수정하려는 이유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도내 최초라며 공약했던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은 5년 전에는 `저출산율 시대에 예산만 낭비될 수 있다'는 이유로 파기했다고 한다.

한 번 폐기했던 공약을 또다시 들고 나와 놓고 이번에는 `청주와 지근거리에 있는데다 산후조리원이나 소규모 산부인과로 운영하는게 쉽지는 않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로 했다.

같은 공약을 두 번씩이나 `손바닥 뒤집듯'폐기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주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게 됐다. 연 의원이 “현실 가능한 공약으로 추진했다면 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 말처럼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한 것은 아닌지 의심받기 충분하다.

단양의료원 건립도 마찬가지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때 단양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단양 주민들에게 도립의료원 단양분원이나 충주의료원 단양분원 등의 방식을 거론하며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적자가 부담된다며 군이 운영을 맡으라는 것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공약은 이행하는 게 맞지만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계획을 다소 수정하는 정도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산 확보나 운영계획 등을 짜다 보면 처음 생각과 달리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이나 같은 공약을 폐기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번은 공약을 만들때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공약을 두 번씩이나 해 놓고 이제와서 안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연 의원이 “먹고 튀는 식의 정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표출한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군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는 것 역시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재정 형편 때문에 도립을 원하는 단양군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공약을 폐기하거나 계획을 변경하려고 하면서 사과나 주민 설명회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이들 지역 주민들은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고 도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도정에 대한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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