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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헌 청주시 청원보건소 내수읍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 승인 2018.10.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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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김진헌 청주시 청원보건소 내수읍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김진헌 청주시 청원보건소 내수읍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혈압은 증상 없이 찾아와 합병증을 유발해 생명에 높은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초기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없는 탓에 대부분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 내 압력이 증가하고 동맥경화 촉진 작용으로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근육 비대, 심부전 등의 심장 질환과 신부전, 신경화증 등의 신장질환 및 말초 혈관 질환, 눈 망막증 등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돼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한 고혈압은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기 전, 대학병원 신경과 수련과정에서 겪었던 고혈압의 합병증 중 가장 무서운 질환은 뇌졸중(Stroke)이다. 뇌졸중은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빠른 시간 내에 뇌세포가 죽게 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손상된 뇌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표적 증상 및 후유증으로는 편측마비, 언어장애 등이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고혈압 조기 발견 및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는 뇌졸중이 발생한 이후의 환자들을 만났다면, 지금은 민원인들이 심각한 질환이 생기기 전에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수읍 보건지소에서의 나의 업무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상담 및 진료이기 때문이다. 질병 발생 후에 환자를 만났던 병원과는 달리 지금은 질병의 시작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저염 식단, 칼륨·칼슘 섭취 및 지방 섭취 제한 등을 실천하는 것이 필수이며, 이는 전 단계 고혈압뿐만 아니라 정상 혈압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단순히 처방전만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활습관을 위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상담하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가 오래 상담을 한다고 해서 건강한 생활습관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고령이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익숙함을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알고, 이를 위해 매일 아침 약을 먹고 식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라고 말한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처럼 내가 마음의 문을 열어 진심을 다하면 환자들의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문도 활짝 열리리라 믿는다.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1차 보건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보람을 다시 한 번 찾고 있다. 앞으로도 나에게 주어진 공중보건의 생활을 지금처럼 보람차고 의미 있게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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