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백장야호 3
무문관 백장야호 3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8.10.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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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

 

潯陽江頭夜送客 (심양강두야송객) 심양강 어귀에서 밤의 객을 전송하니
楓葉荻花秋瑟瑟(풍엽적화추슬슬) 단풍잎과 억새꽃 가을바람에 소슬하네.

반갑습니다.`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이제 가을이 무르익어 온 산천이 황금빛 붉은빛으로 아름답게 장엄하고 있네요. 이 시간에는 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百丈野狐)에서 무문 선사의 무문 선사는 다음과 같이 송(頌)하였습니다.

不落不昧 兩彩一賽(불락불매양채일새)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매하지 않는다는 이리 저리 굴려 봐도 하나의 주사위일세.

不昧不落 千錯萬錯(불매불락천착만착)
매하지 않는다거나 떨어지지 않는다는 천 번 그르치고 만 번 그르쳤다.

새삼 교사의 자질과 자격에 대한 논의가 있는 이 시절에`백장야호(百丈野狐)'는 교사로서 수행자들이 새겨야 할 지침으로 널리 회자되는 공안으로 무문관의 48칙 중에서는 가장 진기한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는 공 안이기도 합니다. 깨달은 학자에게는 불락이 맞겠지만 깨닫지 못하면 불매라도 과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반야(般若)의 밝음과 무명의 어두움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듯 깨달음과 미혹도 역시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명안종사들의 거래처는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데 인과란 곧 매함이 없는 불락인과인 가운데 인과가 역연한 것으로 인과불매란 다름 아닌 곧 중도(中道)라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구경의 깨달음인 무여열반을 이루시고도 인간으로서 생사의 몸을 받으셨으니 이것이 불매인과이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도 후에 제자 가섭 존자께서“부처님께서는 본래 생사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셨으니 이것은 만 중생을 속인 것이 아닙니까?”하고 물었을 때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밀어 곽시쌍부 하셨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과불매인 것이지요.

이렇듯 백장야호의 전 백장은 비록 여우로서 사람으로 둔갑하는 신력을 갖추었는지는 몰라도 중도를 모르기 때문에 정법안장의 종사들의 안목으로 볼 때는 그는 그저 여우의 소견을 갖추었을 뿐이라는 말입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도 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를 계속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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