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농부
어리석은 농부
  •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 승인 2018.10.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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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박윤희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차창 밖으로 펼쳐져 있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넓은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보며 지난번 들었던 설교내용이 생각이 났다.

항상 불평불만이 많은 농부가 있었다. 농사를 짓기만 하면 태풍 때문에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하루는 농부가 하나님을 찾아가서 화를 내었다.

“하나님, 나에게 1년이란 시간을 주시면 백성들을 가난에서 구제하고 모두 부자로 만들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제게 날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허락을 받은 농부는 꿈에 부풀어 1년 동안 씨를 뿌리고 가꾸었다. 날씨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농부는 여름은 너무 덥지도 않게 적당한 날씨로 조절하여 태풍도 불지 않게 하여 곡식은 무럭무럭 자랐다. 가을이 되어 논에 누렇게 익은 곡식을 보며 농부는 기뻤다. `이젠 가난한 백성이 없어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벼를 수확하였다. 하지만 잘 익은 벼 속이 텅 비었다. 이것을 보고 농부는 크게 실망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어리석은 농부야, 태풍도 이겨내고, 뙤약볕도 이겨내야 진정한 알곡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

그제야 농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나 역시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인내심이 부족하고 기다림도 서툴렀다. 마음으로는 좋은 엄마가 되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성질도 급하고 불 같아서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좋은 엄마 노릇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나름대로 잘 참고 버티다가도 가끔 불끈하여 이성을 잃을 때가 있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 화를 부르게 되는 경우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우리의 그늘이 되어주지 못했고, 버팀목도 되어 주지 못했다. 부모님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았고,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늘 바쁘셨다.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맞고 와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8남매나 되는 자식을 키워야 하는 부모님께서는 자식 일에 일일이 신경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나이였지만 잘 알고 있었다.

자라면서 식구가 많은 게 싫었다. 식구가 많아서 좋은 점보다는 식구가 적은 친구들이 누린 경제적인 여유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자라는 내내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보니 고민이 많았다. 나의 어린 시절 끔찍하게 싫었던 것들을 우리 아이에게 겪지 않게 하고픈 나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게 막았던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을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야 알게 되니 말이다.

요즘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부모가 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나 또한 여러 어려움을 겪고서야 깨닫게 된 진실을 요즘 젊은 엄마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 입히고, 좋은 것 먹여주고 싶은 게 부모이다. 그런 욕심이 때론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아이의 인생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젠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풍요로운 이 가을에 어리석은 농부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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