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腦)와 질문
뇌(腦)와 질문
  •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8.10.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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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박사

 

명령받을 때, 부탁받을 때, 질문받을 때, 3가지 상황에서 뇌(腦)는 어느 때 가장 활성화될까.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활성화된다. 질문을 받으면 답을 내놓으려고 뇌가 열심히 활동을 하는 것을 fMRI 장치로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 마우어(R. Maurer)에 따르면 뇌는 놀기를 좋아하는데 질문을 받으면 질문을 놀이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우어에 의하면 뇌가 좋아하는 질문형태가 있다.

첫째, 질문이 너무 거창하고 불분명하면 뇌는 두려워한다. 두려움이 감지되는 순간 뇌는 질문을 놀이로 인식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이는 명령을 받을 때와 비슷하다. 우리 뇌의 편도체(amygdala)는 어떤 중대한 일이나 위험한 상황이 되면 신체가 즉각적인 행동을 하도록 경고를 보내 역할을 한다. 너무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질문이 오면 편도체가 활성화돼 방어반응(defense reaction)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직원회의에서 갑자기 “우리 학교의 비전은 무엇이면 좋겠는가?”“매출을 2배 이상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와 같은 거창한 질문을 CEO가 던졌을 때 직원은 한숨을 쉬거나 책상 아래로 눈을 깔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등의 방어반응을 보일 것이다. 질문에 대한 창의적이고 알찬 답이 나오려면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이 활동하게 해야 한다. 대뇌피질이 활동하기만 하면 결과물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려면 편도체를 잠재워야 한다. 대뇌피질은 뇌의 나머지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데 문명, 예술, 과학, 음악과 같은 것들이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한 변화하고 싶거나 창조적인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이 대뇌피질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방법은 질문을 작게 쪼개는 것이다. 질문이 작을수록 편도체는 안심하고 모른 체 가만히 있게 된다. 편도체가 가만히 있을 때 대뇌피질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쏟아 낼 수 있다.

둘째, 질문이 반복되면 뇌는 거기에 답변할 준비를 한다. 우리 뇌의 해마(hippocampus)는 어떤 정보를 저장하고 또 꺼내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해마가 이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반복이다. 질문이 반복되면 뇌는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집중하고 답변할 준비를 한다. 질문을 반복하게 되면 뇌는 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거창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라는 압력을 넣지 말고 작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는 것만으로 뇌는 창조적인 과정에 착수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과 시간표대로 뇌는 답을 주게 된다. 따라서 즉각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끊임없이 반복해서 질문했고 그 답은 주로 면도할 때 나왔다고 했다.

심리학적으로 변화는 개인에게 두려운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창의성과 성공은 가로막히고 변화는 멀어지고 만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따라서 작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뇌를 자극함으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CEO라면 누구나 회의시간에 구성원이 활발히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자유로우면서 활발하게 토의를 하는 조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작은 질문, 반복하는 질문으로 구성원들이 편도체의 경보 체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대뇌피질로 바로 접속하는 길이 열리면 이성적이며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 마구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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