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사인’과 지적재조사사업
‘미스터 션사인’과 지적재조사사업
  • 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 승인 2018.10.0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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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최근 방영이 종료된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역)은 조선 국왕의 스승을 조부로 둔 대가집 애기씨다. 그녀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총을 쏘는 것을 낭만으로 생각하고 의병이 되었다. 그녀뿐이 아니라 많은 이들은 지위의 높고 낮음과 학력 유무를 떠나 일제와 싸웠다. 그녀/그남들의 결단에 찬 눈빛과 앙다문 입술이 주는 결연함은 현재를 사는 나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아쉬움에 전편을 다운받아 다시 보았지만 나는 고애신처럼 총 쏘는 것을 낭만으로 둘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살아 보지 않았지만 3년 동안 지적재조사사업 현장을 누비면서 느꼈던 많은 어려움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지적재조사사업의 일선에 있는 나 역시 의병활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제도를 설명하고 바꾸어나가는 것은 언제나 반대에 부딪힌다. 때로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엄한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하나하나 당사자들을 이해시키며 일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은 누군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지적업무를 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더 빨리 진행되지 못했음이 안타까웠지만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 지적은 제도와 시스템은 새로이 정비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일제의 잔재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지구상에 동경원점을 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 뿐이다. 1910년 토지조사사업 당시 조선인들의 세금을 수탈할 목적으로 전 국토를 조사하면서 처음 지적측량을 한 것인데, 그때 기준점으로 사용한 좌표계가 동경원점을 이용한 동경좌표계이다.

세계적으로 지적시스템이나 공간정보시스템 분야에서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선진화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일제의 잔재인 동경원점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식민의 역사가 살아있는 지적도는 빨리 청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2014년부터 측량기준점을 동경원점에서 지구중심 좌표체계로 변환하는 `세계측지계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2년부터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지적재조사사업은 1910년 일제가 조사한 지적을 100년이 넘어 다시 조사하여 공부(公簿)를 만드는 사업이니 일제 잔재 청산 면에서 역사를 다시 쓰는 사업이라 할 것이다.

`미스터 션사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총을 들었던 의병들이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벅차 오르는 감동을 주었다면, 2018년 독립된 한국에서 여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은 생활 구석구석 잔재들을 청산하는 일은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응당 하여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 국토에 그려진 지적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 주권을 찾아가는 이 시대의 의병활동이라 한다면 너무 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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