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석 관장 5000여점 소장 … 매년 한글날 특별전
궁중대형백자사발 등 첫 공개 … 애장품 100가지도
“한글 세계적 콘텐츠 … 관광상품화 아닌 개발 절실”
“한글자료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충주에 있는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58)은 박물관에 전시된 한글관련 자료에 대해 이렇게 자부했다.
김 관장은 36년간 한글생활사 자료 5000여점을 수집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 충주 고미술 거리인 중앙탑면 가흥보건소 옆 건물에 박물관을 차려 엄선한 자료 20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매년 한글날이 돌아오면 주제를 정해 특별전시회도 여는데, 올해 주제는 `오래된 미래, 한글'로 정했다.
한글창제 575돌을 맞아 열리는 이번 특별전시회에서는 김 관장의 애장품 100가지를 만나볼 수 있다. 한글로 작성된 조선시대 각종 책자는 물론, 한글이 새겨진 장기 말부터 각종 도자기, 일제시대 교과서, 궁례습 놀이판까지 구성부터 다채롭다. 특히 최근 김 관장이 수천만원의 사재를 털어 마련한 궁중대형백자사발 및 접시도 처음 공개된다.
이와 관련 김 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오래된 한글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한글은 `어디에 갖다놔도 잘 어울리는 세계적 콘텐츠'인데,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한글날만 한글을 찾지 말고 평상시 한글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상품화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의 본분이라는 쓴소리도 덧붙였다.
아울러 김 관장은 한글 콘텐츠 개발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데 아직 실제 움직임이 없다고 꼬집었다. 개인과 소수 문화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타 도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관장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한글박물관 이전을 요구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건물도 지어주고 한글 콘텐츠 개발비도 지원해 준다는 제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같으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김 관장의 걱정이다.
충주 우리한글박물관은 개장 후 유명세를 타면서 충주시에서도 지원을 검토한 바 있다. 지원이라야 폐교 등에 전시장을 조성하는 정도였는데, 2차례 모두 계획만 세우고 무산됐다. 이와 관련 김 관장은 이달 초 서울서 관람객 150명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장소가 협소해 이뤄지지 않았던 일화도 함께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현재 마음이 맞는 문화인들끼리 문화관광체험밸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글, 문학, 공예 등의 콘텐츠를 연계해 새로운 문화상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시에서 안 하니까 민간인이 나서는 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 관장은 문화재인들에게 충족히 지원해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사유물에 대한 공적 지원이 부당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문화재와 문화예술 등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관장은 한글날인 9일 자신의 박물관에서 조그만 개막식도 마련한다. 이 자리에서는 시집살이의 설움을 녹여 낸 충주아리랑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지난해 한글박물관은 `아리랑 특별전'을 열어 전국적 관심을 이끌어낸 바 있다. 내년에는 남북화합을 주제로 `한글 첫걸음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아직'충주에 위치한 우리한글박물관은 2011년 문체부가 책으로 소개한 전국한글고문서 50여점 중 10점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보다 5년 먼저 개장했고 자료도 더 많다.
/충주 윤원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