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숲, 무심의 숲
직지숲, 무심의 숲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10.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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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없었는데, 갑자기 구름이 모여들어, 소낙비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만복과 행운, 시작을 알리는 무지개가 떴습니다. 구름이 모이는 곳, 물이 고이는 곳, 구르물 운천동입니다. 그리고 옆동네 사직동입니다. 운천동과 사직동에 숲이 조성되었습니다.

숲에 희망의 무지개가 뜨고 지금은 햇살이 비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그윽한 분위기의 기운을 받으며 직지숲으로의 산책을 떠나볼까요?

청주예술의 전당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는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당 야외 광장에는 숲의 한가운데 숲의 정령이 나올법한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연리지 형태로 서있습니다. 한석현 작가의 `직지숲:다시, 나무 프로젝트'입니다. 행사장 광장의 랜드마크처럼 서 있는데, 이번 행사의 주제인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폐목재와 버려지는 가구재를 활용하여 나무 조형물을 만든 것인데요. 목재가 다시 살아 있는 식물의 토대가 되는 살아있는 나무로 재탄생한 작품입니다. 야간에는 광섬유가 빛을 발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 주변으로는 명사들과 시민들이 좋은 글귀와 책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을 적어 삶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전하는 책의 정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책과의 만남도 기대해볼 만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직지의 숲 내음을 맡아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선 숲에 들어 보는 것과 내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숲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전시실에 조성된 무심의 숲으로 들어가 볼까요? `직지인심, 견성성불',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인데 즉, 마음을 바르게 보라하네요. `그대는 스스로 알아라'는 말도 담고 있는 직지. 부처와 조사, 선사 등 145가의 법어를 수록해 편찬한 분과 직지의 정신과 가치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신 분들의 흔적이 함께 조성되어 있습니다.

직지의 내용은 투각을 통해, 혹은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지나면, 직지를 편찬한 고려말 3대 화상 백운화상의 진영과 가사, 장삼이 내림천에 둘러져 관람객과 700여년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옆 공간으로 이동하면, 시주를 한 묘덕의 의상과 계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분위기는 직접 오셔서 느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숲의 끝자락에 그간 직지를 세상에 알리는데 노력하신 분들의 기억을 영상으로 담아낸 숲이 있습니다. 숲의 바닥으로는 999개의 벅수가 숲을 이루고 지키는 정령으로 오롯이 서 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들어보시고 싶지 않으신가요? 구루물이 있는 곳을 찾아 주세요, 숲의 산책을 통해 삶에 있어 자신을 살펴보는,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성(省)입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아야 제대로 똑바로 볼 수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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