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코리아를 본다
직지코리아를 본다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8.10.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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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청주를 나타내는 여러 상징이 있다. 그중 으뜸이 `직지'라고 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만큼 직지는 청주의 역사와 정신, 미래와 가치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청주의 메타포다. 또한 직지는 청주만의 상징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랑스러운 기록 유산이다.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는 기록의 역사다. 기록은 기억의 이야기다. 인류가 창조한 위대한 문명과 문화는 모두 기록에 의해 남겨지고 기록으로 생산된다. 기록할 수 없다면 저장할 수 없다면 남겨질 수 없다. 남겨지지 않는다면 저장되지 않는다면 창조될 수 없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기억저장장치는 뇌다. 그래서 인류가 생산한 창조적 결과물은 사람들의 뇌에 저장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가 전승되었다. 문제는 인간 뇌 용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저장할 수 없고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이 죽게 되면 정보도 소멸하여 버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뇌가 아닌 다른 외부 저장 장치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기억과 정보를 돌에 새기고 벽에 새기고 조개껍데기에 새기고 거북이 등가죽에 새기고 나무에 새겼지만 이런 것들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기록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때 새롭게 나타난 저장기술이 바로 `금속활자 인쇄술'이다.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고 이를 조판하여 다양한 정보를 종이에 대량으로 인쇄하여 유통하는 기록기술의 일대 혁신이 창조된 것이다.

이 기술의 발달이 인류문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가는 미국 라이프지의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다. 라이프지는 인류 천 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첫 기술이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이라고 하였다. 물론 라이프지가 말한 금속활자 인쇄술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다. 즉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금속활자 인쇄술이 독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직지의 발견은 이러한 유럽 중심의 지식문명 발전에 일대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에서 잠자던 직지, 흥덕사 터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직지의 흔적과 증거가 세상에 드러남으로써 그동안 쓰여 졌던 인쇄기술에 대한 세계사는 다시 쓰이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런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고 직지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이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다. 청주에서는 이를 기념하고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건립하였고 직지세계화 전략을 추진하였으며 직지의 날을 제정하고 직지 축제를 열고 그 결과물로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생기고 세계기록유산센터를 유치하게 된 것이다.

2018년 직지코리아는 한발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바로 직지로드다. 서양의 인쇄기술은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고려에서 넘어간 것이라는 것이다. 그 증거로 제시한 것이 교황청 비밀 문서고에서 발견된 교황의 편지다. 물론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주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큰 관심이 없던 것을 직지코리아가 다시 꺼내 들고 공론화시킨 것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은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인식의 전환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인류 천 년의 역사를 바꾼 유럽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고려에서 넘어간 것이라면 동서양 문물의 교류를 다시 써야 할 판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직지코리아에서는 전 세계 25개국의 인쇄박물관협회 전문가 70여명이 모여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 및 창립식을 가졌다. 이어서 세계박물관협회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직지 2.0라운드테이블을 열었으며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도 시행했다. 한 마디로 청주가 전 세계 인쇄박물관과 인쇄전문가들이 모이는 인쇄플랫폼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지를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이런 측면에서 새로 보아야 할 것이며 이에 걸 맞는 준비를 더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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