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예상 밖 집행유예…'재판 병합' 승부수 통했다
신동빈, 예상 밖 집행유예…'재판 병합' 승부수 통했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10.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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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항소심 들어서 재판부 세 차례 변경
재판부 "병합 후 선고는 적절한 양형 위한 것"

경영 비리 책임은 신격호…대부분 무죄 판단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는 흩어진 사건을 한 재판부로 모은 변호인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많고, 대기업을 향한 시선이 싸늘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석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실형)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병합 선고는 적절 양형 위한 것…'집유' 배제할 건 아냐"



이번 사건은 롯데그룹 관련 형사사건을 한 번에 심리한 결과물이다. ▲경영비리 ▲국정농단 ▲신영자(75)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파기환송심까지 크게 총 3건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당초 이 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에서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로 재배당된 바 있다. 당시에는 재판부 구성원과 변호인단 사이에 연고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요구해 형사4부로 변경됐다.



이후 형사4부 사건을 경영비리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8부로 옮겨달라는 변호인 신청이 받아들여져 지금 재판부가 최종 병합 사건을 하나로 심리하게 됐다. 항소심 들어 총 3차례에 걸쳐 재판부가 바뀐 셈이다.



여러 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면 한 사람에 대한 판단이더라도 개별 혐의에 대한 유·불리 양형 요소를 각각 판단받는다. 하지만 같은 재판부에서 한 번에 판단받을 경우 공통된 양형 요소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재판부는 "신 회장과 신 전 이사장은 당심에 이르러 각기 별개 재판부에서 재판받던 것을 하나로 판단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병합 선고는 경합범 적용을 통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양형을 하기 위한 것이고, 하나의 사건으로 선고한다고 해서 집행유예 가능성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심에서 따로 재판받은 각각의 사건을 한 재판부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한 신 회장 요구가 정당했다는 판단이다.



◇항소심도 '묵시적 부정 청탁' 인정…다만 "임의로 뇌물 건넨 경우와는 달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한 '요구형 뇌물'이더라도,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강요에 의한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변호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16년 3월 14일 두 사람의 단독면담이 있다. 재판부는 이 단독면담 이후 롯데 측이 그룹 내 의사결정구조를 무시하고 신속하게 진행한 K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이 '제3자 뇌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주요 현안에 대한 대가라는 판단이다.



다만 "강요피해자와 뇌물공여자 지위가 같이 성립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 뇌물을 건넨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판단되고 임의로 뇌물을 건넨 공여자와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공갈이나 강요 피해자가 뇌물공여로 처벌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할 정도고, 이 사건 당시 대통령 요구에 응해 추가로 출연하거나 출연을 약속한 기업이 있었던 사정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영비리' 총책임은 신격호…신동빈 등 대부분 혐의 '무죄'



경영비리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 책임을 엄히 물을 수 밖에 없고, 신 회장과 신 전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책임이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자녀인 두사람에게는 아버지 범행을 알았을 때 저지하고 중단하게 했어야 함에도 이를 만류하지 않고 나아가 범행에 가담한 잘못만 있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경영비리는 검찰 공소사실보다 유죄가 인정된 게 매우 적다"며 "따라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전제한 검찰 구형은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1심 역시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업무상 배임,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 와 딸 신유미씨에 대한 급여 지급 횡령 혐의만 유죄로 보고, 나머지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된 혐의마저도 일부분 깨졌다.



한편 신 회장은 앞서 경영비리 사건에서는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8월2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4년에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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