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후 빈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출근 후 빈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 승인 2018.10.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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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전쟁이다. 등교하는 아이들에, 출근하는 부모들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부산스럽다. 이를 닦고 세수하고 샤워하느라 매일 아침 집안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커피를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부지런히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땀도 흘린다. 정신없이 부산함을 떨다가 출근하고 난 후 고요한 집안에는 정적이 흐른다.

출근 후 빈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출근 후 빈집은 적적하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사실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과학적으로 보면 사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스레 가족들이 떠나고 난 빈집은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로 평소보다 더 눅눅한 상태가 된다. 만약 집 안 공기 속에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상태라면, 공기 속에 포함된 수증기는 나무로 된 마루나 원목가구를 습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 하루 종일 습기로 부풀어 올랐던 원목가구나 마루가 건조해지면서 끼익 끼익 소리가 날 수도 있다. 때때로 예민한 누군가는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신이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런 에피소드가 웃음을 줄 뿐이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나가고 난 집 안의 공기는 수증기만 더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공기 속에는 사람들의 피부 조각, 카펫 등의 작은 직물 조각뿐만 아니라, 카펫이나 커튼에서 발생하는 진드기, 곰팡이, 포자 등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공기가 건조할 때는 그냥 떠다니지만 축축한 곳에서는 즉시 달라붙는다. 매일 아침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집의 벽을 눅눅하게 만든다. 우리 눈이 미세한 것을 볼 수 없어서 그렇지 만약 현미경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 집 벽에 수많은 빨대(과학용어로 팡이실 또는 균사)를 꽂은 균류를 보게 될 것이다. 공기 중에 잠자던 균류를 깨우는 수증기가 있기 때문에 벽에 균류가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벽에는 독성물질이 많다. 이 독성물질을 흡수한 균류는 필요 없는 물질들을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데 균류에 따라 배출 물질은 다양하다. 야생 버섯이 배출하는 가스의 냄새로 버섯 채취꾼들이 이득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악취를 풍기는 것이 허다하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에서 제시한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공기의 실내농도는 실외농도와 무관하며, 거주조건과 실내에서의 활동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적인 화학분석에 따르면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 많은 양의 비소가 있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비소 중독으로 죽은 이유는 벽지 때문으로, 당시 유행하던 벽지는 에메랄드빛을 표현하기 위해 비소 화합물을 사용했다. 건조한 날씨에 이 염료는 안전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6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세인트헬레나 섬은 습한 기후로 유명하다. 벽지에서 왕성하게 자란 곰팡이가 비소를 수소화 비소로 바꿔서 나폴레옹이 중독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후속편으로 `빈집은 살아있다'가 제작되어도 흥미를 끌 수 있을 정도로, 미시세계 실내공기의 움직임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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