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눈부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 하늘이 눈부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8.10.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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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가을의 완연한 갈색과 파란 하늘 속으로 듣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짙게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우리 마음에 스며드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멜로디, 그리고 거리에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가로수와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마음을 물들이는 주옥같은 노래들이 파란 하늘과 갈대가 널브러진 냇가로 흐르는 가을, 10월이다.

10월이면 수많은 음악 연주가들이 바쁜 달이다. 각종 음악회, 결혼식, 10월의 마지막 날을 기리는 행사 등 매일 매일이 축제의 연속이다. 우리나라에선 10월이 되면, 라디오에서 이선희의 `J에게', 이용의 `잊혀진 계절'등이 대표적인 단골 가요곡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바리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달콤한 노래가 유행처럼 울려 퍼진다.

원곡은 안네 바다의 `Dance Toward Spring'이란 현악곡을 1992년 노르웨이 여자 팝가수 Elisabeth Andreassen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이 곡은 다시 Secret Garden(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출신의 두 연주자로 이뤄진 그룹)에 의해 연주곡으로 편곡돼 1995년 발표한 데뷔앨범 `Song from a Secret Garden'에 `Serenade to Spring(봄의 소야곡)'이란 제목으로 수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란 제목으로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조수미 등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리메이크한 `Serenade to Spring'은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봄 노래에 속하는 음악이지만, 이 곡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서는 대표적인 가을 노래가 되었다. 10월만 되면 라디오 신청 수가 가장 많은 명곡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배경음악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김동규의 풍성한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멜로디가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가을 풍경을 상징하는 듯하다. 가사가 달달하고 아름다워 10월에 결혼하는 커플들의 축가로도 쓰인다. 굳이 10월에 결혼하지 않는다면 해당 결혼식 날짜에 해당하는 달로 개사해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금부터 8년 전 괴산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어느 날 학교어머니회장님이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사실은 아이 둘을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옛날 어려웠던 가정 사정이 있어서 아직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살고 있다며 다음 달 결혼식에 선생님이 오셔서 축가를 연주해 주시면 무척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흔쾌히 승낙하고 10월 결혼식 날 괴산 농협예식장으로 악기를 메고 갔다. 평소 꾸미지 않고 농사짓는 차림의 모습만 보였던 부부가 오늘은 멋진 턱시도와 흰색의 웨딩드레스로 눈부신 신랑 신부로 변해있었다. 마침내 축하음악 순서가 되어 클라리넷을 꺼내 들고 신랑 신부 앞으로 다가가 이 곡이 원래 `Serenade to Spring'이란 소개와 Serenade는 남자가 사랑을 구애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설명 후 신랑을 신부 앞에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신부 오른손을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잡게 하고 `10월에 어느 멋진 날'을 근사하게 연주해 주었다. 결혼식 후 다리가 저려서 고생했다는 새신랑의 넋두리가 오랫동안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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