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에 거는 기대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에 거는 기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10.0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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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2018 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1일 개막하며 10월의 포문을 열었다.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 직지를 테마로 한 이 축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국제 행사로 개최해 21일간 청주예술의 전당과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예산도 증가하고 행사기간도 늘어나면서 직지의 고장 청주가 모처럼 국제행사장으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직지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국제행사로 추진된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식이다.

20여 개국의 인쇄관련 박물관과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해 총회를 열고 창립식을 한 이번 행사는 청주가 기록유산의 성지가 되기 위한 초석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애초 50여 개국이 참여하는 협회창립 계획이 축소되긴 했지만 20개국이 함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기록유산지로의 발전 가능성도 기대해볼 만하다.

또한, 이번 협회 창립은 2001년 직지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후 17년 만에 국제사회에서 청주가 인쇄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쇄문화나 활자문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있지만 `직지상'시상을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쌓은 것도 협회 창립에 한몫했다.

여기에 지난해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로 세계 인쇄 관련 단체들을 결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직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유네스코 직지상 역대 수상기관들이 `직지상 2.0 라운드 테이블'이란 이름으로 청주에 모여 기록의 보존과 복원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각국의 인쇄문화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동안 기록 보존기관에 대해 시상만 하고 끝나는 형태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이번 논의의 장을 계기로 수상기관들이 각국의 비법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직지상'의 가치도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청주가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직지가 세계인들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지속성 못지않게 서로 다른 문화권을 존중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직지를 최고(最古)로 앞세우는 전략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직지의 위상을 정립하기 어렵다. 직지의 위기는 늘 최고에서 시작됐다.

더구나 `현존하는'이라는 단서 조항은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모래성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제일주의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직지가 기록유산의 성지로 거듭나려면 비교우위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활자와 인쇄로 보급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동등한 눈높이로 바라보며 존중하는 자세가 우리에게 요구된다 하겠다.

이번 직지축제에서 결실을 본 세계인쇄박물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inting Museums)는 전 세계의 인쇄박물관이 참여하는 지식정보공동체 조직으로 활동하게 된다.

기록유산과 인쇄문화의 보존, 지식정보발전에 기여하고, 인쇄 문화, 역사, 유산과 관련한 학술과 교육, 문화 프로젝트 등을 다양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행사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세계인쇄박물관협회가 추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직지축제를 단순한 행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직지의 진정한 가치를 조명하고 그 명성을 드높이는 그런 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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