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깃발 獨 전차가 佛 행사 참석"…시민들 '욱일기' 분통
"나치 깃발 獨 전차가 佛 행사 참석"…시민들 '욱일기' 분통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10.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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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관함식에 '욱일기' 단 군함 등장 예고
"군국주의 내세우는 행동…日 참회·사과가 도리"

"유럽서 나치 깃발 펄럭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정부 적극 대응 주문 분출…靑청원 100건 넘어



오는 11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참석하는 일본이 군함에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할 방침을 밝히면서 여론이 부글거리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전범기로 지목되는 욱일기가 국내에 휘날리게 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상당하다. 시민들 사이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를 놓고 강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반일 감정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1일 역사 큐레이터 강사 유지연(54)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에 했던 일들을 하나도 반성하지 않고 군국주의를 내세우는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과거에 저지른 여러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참회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분개했다.



정성윤(30)씨는 "여름휴가를 일본으로 다녀올 정도로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좋아하지만, 국제적인 행사에 욱일기를 달고 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상대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일제시대를 직접 경험했다는 이상옥(83)씨는 '섬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일제 말기였고 학교에 일본인 교사들도 많았던 시절"이라며 "일본은 우리를 마음대로 식민지를 만들어 부려먹었던 나라다. 욱일기를 달고 우리나라에 온다니 무서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청(26)씨는 "식민지로 삼았던 우리나라 영토에 욱일기를 달고 온다는 것은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행동"이라며 "유럽에서 나치 깃발을 펄럭이면서 다닐 수 있겠느냐. 가해자로서 과거를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개탄했다.



이모(27)씨도 "욱일기는 결국 나치 깃발과 같은 것이다. 과연 진짜로 달고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인데 강행할지 지켜봐야겠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여론이 들끓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치 깃발을 단 독일 전차가 프랑스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같다" "전범기를 달고 오면 격침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전범기를 달고 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등의 게시물이 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6일 이후 현재까지 오른 국제관함식 '욱일기'에 관한 반대 게시물 수는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



대부분 "일본함의 입항을 금지해 달라" "국제관함식에 일본 측 참여를 거부해 달라" "욱일기를 달고 입항하지 못하게 하고 국제사회에 그 이유를 알려 달라" "전범기를 달지 못하게 해달라" 등 일본이 욱일기 게양을 강행할 경우 입항을 거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욱일기를 사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거나 "친일파에 대한 재산몰수법을 만들고 그 후손들이 공직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청원도 등장했다.



욱일기는 빨간색 동그라미 주위에 퍼져나가는 햇살을 그린 것으로,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군기(軍旗)이자 현재 일본 자위대 깃발이다. 일제가 침략 전쟁을 하면서 내걸었으며, 세계적으로 독일 제3제국(나치) 깃발인 '하켄 크로이츠'처럼 20세기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제주민군 복합관광미항에서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군은 일본 등 행사에 참가하는 14개국에 공문을 보내 '해상 사열 시 자국 국기(일장기)와 태극기를 함께 달아 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 또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측 요청을 거부하고 욱일기를 내건 호위함을 보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욱일기를 다는 것이 자국 자위대법에 따른 선박에 대한 국적 표기에 해당한다면서 게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정부와 해군에서 재차 욱일기 대신 일장기와 태극기 게양에 대한 협조 요청을 했으나, 일본 측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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