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관들 첫 압수수색…사법농단 '몸통' 수사 탄력
전직 대법관들 첫 압수수색…사법농단 '몸통' 수사 탄력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9.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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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 영장결과 두고 갈등 양상 고조
검찰, 저인망식 수사…증거·정황 다수 확보

검사 출신 영장전담 판사가 윗선 첫 발부

법조계, 수사 본격화 전망…'형식적' 지적도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의혹 핵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이 현재 사용하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아울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 후 사용한 개인 소유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 중이다.



사법 농단 수사가 시작된 이후 양 전 대법원장 및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사 출신인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심리를 거쳐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본격적으로 이 사건 수사에 돌입한 지 한 달 뒤인 지난 7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해 처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재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재차 기각 결정을 내렸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 무효 정황 ▲강제 징용 사건 등 재판 거래 ▲부산 스폰서 판사 징계 무마 등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계속 기각되며 검찰은 좀처럼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당시 법조계에서는 의혹의 핵심인 '윗선'에 대한 수사를 법원이 막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영장만이 발부된 점을 근거로 들며 사실상 '꼬리'에 대한 수사만 하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두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공개 반박에 나섰지만, 검찰은 '다른 사건 기준과 차이가 너무 크다'며 다시 반발했다. 이후에도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 법관에 대한 영장은 지속적으로 기각됐다.



그러자 검찰은 전·현직 고위 법관들과 실무급 역할을 담당한 중견급 판사들을 다수 불러 조사하는 등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갔다. 이 과정에서 대법관들 연루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진술도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양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고, 이번에는 일부 영장이 발부돼 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본격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법원이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들로 인해 혐의점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점에 비춰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인해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만큼 향후 수사에 '물꼬'가 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이 사실상 형식적인 영장을 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주거지가 아닌 개인 소유 차량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된 점을 근거로 든다. 현직 시절 사용한 차량이 아닌 만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증거의 가치가 과연 크겠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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