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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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09.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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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지난 제3차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은 개인적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첫 만남 때와는 달리 어색한 웃음은 오간 데 없고 옛날 벗을 만나듯 반갑게 웃으며 포옹하는 첫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합니다.

사람의 눈빛을 보면 그 만남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은 정말 요즘 말로 케미가 좋아 보이는 눈빛이었습니다. 얼굴의 만연한 웃음은 지금까지의 모든 긴장과 갈등의 요소가 말끔히 사라져버리는 듯하였습니다.

환영을 위해 모여든 북한 주민의 열렬한 응원 또한 누구 간의 지시에 의한 행위라기보다는 정말 기쁨과 환희가 충만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을… 왜 그리 오랜 세월 동안 떨어져 지내야만 했는지 후회가 되었습니다. `진작에 했으면…' 하는 바람과 `이제라도 성사되어 다행이다.'라는 감정이 교차하였습니다.

두 정상뿐만이 아니라 함께 간 수행원들의 표정과 북측 관계자들까지도 그 낯빛에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상 간의 만남이라는 격식과 예의를 갖추되 어디인지 모를 자유로움과 안정감이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자물쇠를 완전히 열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특별히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위로 번쩍 들어 올릴 때는 저절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감격과 벅참이 밀려오고 마음 한 켠 체증이 한 번에 내려가듯 황홀했습니다. 만약 이 장면을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보았다면 아마도 눈물 콧물에 앞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도 오랜 세월 이유도 알 수 없고 무엇인지도 모를 막연한 불안과 걱정, 그들과 만나거나 말하면 큰일이라도 날것같이 호들갑을 떨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점점 낯설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의 사람들과 한번 만나보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꼭 한번 손 맞잡고 웃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곧 현실이 될 것처럼 가깝게 여겨집니다.

지난 평양 예술단의 서울 공연에서 함께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며 `통일의 날 다시 만나자.'라는 가삿말이 이루어질 날이 눈앞에 있습니다. 또한 곧 있을 북측 공연단의 `가을이 왔다.' 공연이 한껏 기대되는 날입니다.

70여 년이 넘는 분단의 시간으로 이제 통일은 물 건너갔다고 무관심하던 이들에게조차 지금의 현 상황은 그 빛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38선의 철조망이 사라지는 날 어떠한 통제도 제한도 검열도 없이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꼭 그런 날을 꿈꿉니다.

올해 안에 머지않은 때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기대하며 그때에는 우리 이제 전쟁의 상처는 보듬고 화해와 평화의 동반자가 되어 통일이라는 과업을 함께 이루어나갑시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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