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비운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8.09.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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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여기 평생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야 했던 비운의 한 여인이 있다. 6세 때는 소아마비로 방에 갇힌 채 투병생활하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고, 18세 때에는 하굣길에 전차와의 교통사고로 쇠파이프가 자궁과 골반을 관통하여 온몸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해 일생동안 36여 차례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여인, 바로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이다.

그녀는 교통사고 후 병상에 누워 거울을 보며 자신을 관찰하고 이젤을 세워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다. 퇴원 후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 당시 벽화미술의 거장이었던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간다. 그는 그녀의 재능을 단번에 인정하고 화가로서 평생 그녀의 멘토 역할을 하며 이후 그녀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의 여성편력과 잦은 스캔들로 그들의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뿐만 아니라 수차례의 유산과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불임판정은 프리다에게는 여인으로서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떤 고통 속에서도 울지 않던 프리다는 불임판정을 받은 후 자화상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작품 <부서진 기둥>은 그녀가 몇 달 동안 척추교정 기계에 묶여 있으면서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벌거벗은 그녀의 몸은 이등분되어 벌어져 있고, 그 틈사이로 몸의 정 중앙을 가르며 내부에 자리한 척추처럼 보이는 쇠기둥도 심하게 부서진 채 갈라진 몸의 연한 부분을 잔인하게 관통하고 있다. 하얀색 교정 벨트만이 이들을 지탱해주고 있지만 처참하게 망가진 기관 없는 그녀의 몸은 이미 한갓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다. 배경의 갈라진 대지 또한 그녀의 갈라진 몸과 상응하며 죽음의 극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온몸에 박혀있는 크고 작은 수많은 못은 그녀의 고통을 극대화시켜주고 있고,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는 듯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성자와 같이 입은 굳게 다문 채 근엄하고 단호한 얼굴로 냉정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은 비언어적 수단으로 내면의 자아를 표출하는 강렬한 매체이다. 특히 자화상은 `나'라는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의 내·외적인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규명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프리다는 생존해있을 당시의 고통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거울을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내면의 심리상태를 대상화하였다. 그녀는 죽기까지 28년간 평생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받아왔던 삶의 변화를 55점의 자화상 안에 마치 일기를 쓰듯이 고스란히 쏟아 넣는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내면의 이미지들을 표출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감정을 방출하고 정화시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로 인한 고통과 상처, 죽음의 문턱에서의 사투는 그녀를 평생 동안 그림자처럼 뒤따르며 그녀를 엄습하였다. 고통의 아우성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녀의 자화상은 평생 짊어져야 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트라우마를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어기제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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