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는 그대에게
절망하는 그대에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9.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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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갈수록 사는 게 힘들고 재미없다는 그대여. 다들 근사하게 행복하게 사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궁상맞게 지질 하게 사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고요.

이해해요. 아니 그럴 수 있어요. 필자도 한때 그런 푸념을 하며 산적이 있었거든요. 물려받은 재산 한 푼 없고, 이렇다 할 스펙도 없고, 기댈만한 변변한 친인척 하나 없었으니. 거기다가 허우대가 좋길 하나, 주먹이 세길 하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기를 하나, 변변한 재주가 있길 하나,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었으니 죽을 맛이었지요.

그래요.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고, 백 없고, 스펙 없고, 이렇다 할 재주 없으면 삶이 무척 고단합니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 건 세상에는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과 신체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금수저들보다 흙수저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떵떵거리며 살던 금수저들의 일탈과 불행을 접할 땐 오히려 흙수저로 태어난 것에 자위하면서 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지금껏 갑질하며 사는 사람과 아직도 갑질 당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여전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살이 오십 보 백 보이거나 도토리 키 재기입디다. 떵떵거리며 사는 부자라고,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고관대작이라고 모두 행복한 게 아니더라고요. 근사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다들 우환덩어리 한두 가지쯤은 안고 살더이다. 이따금씩 잘 나가던 재벌 자식과 인기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하는 걸 보면 돈 많다고 인기 있다고 잘 사는 건 아니더라고요.

돈과 백과 스펙과 재주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살아가는데 훨씬 유용하고 편리한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행복의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라는 걸. 그러므로 범사에 감사하며 긍정의 에너지로 일하고 맺은 인연들을 연인처럼 소중히 한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복창하며 다 진 경기를 기적처럼 역전시키고 기어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어느 펜싱선수처럼.

그래요. 행불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좋다고 하면 좋은 것이고 나쁘다 하면 나쁜 게 세상사입니다. 스스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참 근사한 사람이야 암 그렇고 말고를 입에 달고 살기 바랍니다. 어느 날 그렇게 변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대견타 할 터이니.

고통스럽기 그지없던 일과 만남도 지나고 나면 아련한 추억이 되듯, 북풍한설이 몰아친 땅에도 꽃이 피고, 지진이 난 폐허에도 샘이 솟듯이 절망은 금물입니다. 그러니 애써 웃으며 살아요. 웃음이 안 나오고 마음이 꿀 하면 전인권이 노래한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러봐요.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중략…/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전인권이 2004년에 이혼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을 때 만들어 부른 노래입니다. 스스로 아픔을 추스르고 일어서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좋은 노래지요. 힘들 때 고래고래 소리쳐 부르다 보면 고단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극기하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습디다.

인생 뭐 별거 있나요. 한세상 그리 살다 가는 거지요. 태풍이 몰아치면 산등성이의 풀처럼 납작 엎드리고, 물줄기가 거세면 거스르지 말고 물결 치는 데로 살자고요. 그러니 그대여 걱정 말고 터널을 빠져나오세요. 눈부신 빛이 기다리고 있으니.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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