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 삶의 이야기를 담다
달항아리에 삶의 이야기를 담다
  •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 승인 2018.09.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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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한가위에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를 정한다면 뭐가 좋을까요? 가족? 선물? 풍성한 먹거리? 아니면 두둥실 떠 있는 밤하늘의 `보름달'은 어떨까요? 달은 아마도 소망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한가위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을 따다가~ 별을 따다가~'라는 대중가요 한 소절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허공에 직접 달을 따는 허튼 손짓도 해봅니다. 실제 달을 따올 순 없지만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의 이미지를 우리 삶 가까이에 품고 예술로 승화시켜 왔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달항아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화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 교수도 우리의 백자 달항아리는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한국만의 미적·기술적 결정체이며,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난 달 항아리를 심벌로 삼을 것이라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박진명 '달항아리'
박진명 '달항아리'

달항아리는 조선 문예부흥기인 18세기 `중국풍'을 떨쳐버리고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조선 고유의 특성을 활짝 꽃피우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빚어졌으며, 현재 국보 4점, 보물 3점을 포함해 국내외에 20여 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달항아리는 그 자체의 미적 가치를 떠나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의 여러 장르에서 새롭게 거듭나고 있습니다. 달항아리를 주제·소재로 한 회화, 사진, 조각 등 순수예술 영역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건축에서도 많은 창작 아이디어를 달항아리에서 얻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평창 동계올림픽 랜드 마크인 성화대는 달항아리 이미지를 디자인하여 재탄생 시킨 것으로 달항아리의 예술적 가치와 순수한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달항아리를 소재로 작업하는 화가 중에는 충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분도 있습니다. 충북지역 한국화가인 박진명 선생님은 달항아리의 입체적 구조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그 태생을 인정하면서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조형식의 달항아리 형태 위에 문인화에서 전통적으로 쓰는 다양한 화초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도시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바람, 들풀, 흩어지는 꽃잎, 기타 대지에 펼쳐 있는 수많은 대상)의 소박함을 달항아리에 차곡차곡 그려 넣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화면 위에 달항아리를 그려 넣는 것이 아니고, 새하얀 달항아리 자체가 꾸며져야 할 화면이며 동시에 표현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장인들이 달항아리를 빚듯 달항아리의 외형을 몇 센티 두께의 부조형태로 정성스레 만들고 그 자체를 화면 삼아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 백자 달항아리가 갖고 있는 견실함, 특별한 장식이나 기교가 없는 단순함, 우윳빛의 유백색이 주는 담백함의 특징을 버리지 않으면서 쑥스러운 듯 절제된, 최소한의 채색으로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달항아리 작가 박진명 선생님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무 익숙해 지나쳤던…스치듯 지나갔던 것들에 대한 기록들…나는 이러한 대상을 달항아리 화면으로 전이시켜 나의 세상 속에서 새롭게 탄생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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