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체험' 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
'극한체험' 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9.26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공 저압환경훈련…저산소증, 체강통 등 이겨내야
KF-16, F-15K 전투기 조종사들 중력 9배까지 견뎌야

시각보다 '계기'에 의존…비행착각 훈련도 필수 훈련

비상탈출, 야간훈련 등 다양한 교육이수해야 영공방위



음속을 돌파하는 공군 전투기 편대가 푸른 가을하늘 창공을 가른다. 전투기 편대는 곧 연기를 뿜으며 사방으로 갈라져 하늘을 수 놓는다.



그러나 전투기가 아름답게 선회하는 동안 공군 조종사에게는 지구중력의 6배가 넘는 하중이 몸에 전달된다. 자그마한 실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종사들은 늘 극한의 고통을 견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난달 29일 공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체험하기 위해 충북 청주시에 자리잡은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를 찾았다.



기자는 이날 훈련센터에서 대기권 물리, 고공생리이론, 산소장구이론, 가속도 훈련 등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은 후 본격적인 실전 훈련에 들어갔다.



◇ "졸린 게 아니라 의식을 잃는 것"…고공 저압환경훈련



먼저 고공에서 기압변화와 산소 결핍에 따른 신체변화를 극복하는 '고공저압환경훈련'이 실시됐다.



특수부대원과 기자 등 24명은 저압실 내부에 들어가 에베레스트산보다 조금 낮은 2만5000ft(7620m) 상공과 같은 조건에서 신체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저압실 내부는 분당 5000ft 속도로 고도가 올라갔다. 일시적으로 내부에 안개가 끼고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고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항공기 내 현상도 체험할 수 있었다.



목표지점인 2만5000ft에 다다르자 산소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벗자마자 체내 산소농도 측정 수치가 99%에서 77%까지 떨어졌다. 곧바로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두통을 느껴졌다.



마스크를 벗는 동안 사칙연산 문제를 풀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5문제 밖에 풀지 못하고 그중 1문제는 오답을 썼다. 산소농도가 낮아질 경우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체내 산소 농도가 66%까지 떨어지자 고개가 숙여졌고, 산소마스크 착용 지시가 내려졌다. 2분30초만이었다.



이날 훈련에서 4분 정도를 버틴 한 특전부대원에게 교관이 어떤 기분이었냐고 묻자 "졸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답했다. 교관은 "졸린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급강하가 시작됐다. 올라갈 때보다 빠른 속도로 저압실에는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일부 인원 귀에서 고통을 느낀다며 이상 증세를 알리기 시작했다.



또 귀가 먹먹해지자 곳곳에서 발살바 호흡법(Valsalva maneuver·코와 입을 막고 숨을 내쉬는 동작)을 통해 숨을 불어 넣었다. 일부는 훈련 종료 후에도 고통을 호소해 가벼운 응급처치를 받았다.



◇ 지구의 중력을 이겨라…가속도 내성 훈련



오후 일과는 훈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명 'G-테스트',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으로 시작됐다.



전투기는 공중에서 급격한 기동을 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가속도에 의해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그레이 아웃'(Gray-out)이나 시야가 사라지는 '블랙아웃'(Black-out) 등 시각 장애나 의식상실(G-LOC)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같은 신체 장애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베테랑 조종사들도 정기적으로 올바른 보호방법과 실전환경 숙달을 위해 이 훈련을 받는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조종사의 경우 중력의 8배(8G)를, F-15K나 KF-16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중력의 9배 이상을 견뎌야 한다.



훈련 시작 전 가속도 극복 방법을 먼저 배웠다. 가속도 장비의 원심력에 의해 피가 다리로만 쏠리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 경우 머리로 가는 혈류량이 극도로 감소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상실할 수 있다.



가속도에 대한 내성을 올리기 위해 먼저, 복부와 허벅지, 종아리 근육 등을 수축해 하지에 혈액이 머무르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음 깊이 숨을 마시고 "윽"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에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특별한 호흡법을 실시한다. 이 호흡을 유지해야 훈련 중 의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호흡법을 몇 차례 연습 후 실제 전투기와 내부가 비슷하게 꾸며진 훈련장비에 올라탔다. 몇 차례 회전을 하며 장비에 몸을 적응한 이후, '3,2,1' 카운트 다운과 함께 몸쪽으로 조종간을 당기자 가속도가 올랐다.



이번 훈련은 초당 0.1G씩 가속되는 훈련장비에 올라타 6G 이상에서 최대한 버티는 임무가 주어졌다. 조종간을 잡고 있는 동안 가속도는 계속 올라간다.



4G가 넘어서자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교관이 "눈 뜨세요!"라고 소리쳤다. "윽!"하며 교육받은 특수한 호흡법을 하자 일시적으로 시야가 제자리를 찾았다.



5G, 6G, 7G… 가속도가 계속 붙자 자연스럽게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라"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조종석 헤드 부분에 머리를 붙이고 호흡 주기도 빨리 가져갔다.



7.4G쯤에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손이 풀리면서 훈련이 종료됐다. 장비가 초당 1G속도로 감속을 실시하자 급격하게 몸이 땅으로 기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아찔한 비행착각…"계기에 의존해야"



비행착각 훈련도 실시됐다. 이 훈련은 시각에 의존하는 신체적 한계를 체험하고 계기를 통한 비행의 안전성에 대해 체험하도록 고안됐다. 베테랑 조종사들도 비행착각으로 인해 추락사고가 나기도 하는 만큼 중요한 훈련이다.



훈련장비는 시뮬레이션 화면과 실제와 같은 환경의 조종석에 앉아 3차원 환경에서 전투기 기동할 때 느낄 수 있는 우리 몸의 한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훈련장비가 45도 각도로 선회하면서 몸을 적응하다가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야간(운중)비행 상황에서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10도 각도로 이륙을 시도했다. 그러자 마치 몸은 그 이상으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비행착각이다.



또 몸은 수평임을 느끼지만 실제 계기에서는 기체가 기울어진 채 선회하는 등 여러가지 비행착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는 모두 평형감각의 약 70%를 시각에 유지하는 신체의 한계와 전정기관에 의한 현상이다.



이밖에 조종사는 비상탈출 훈련도 필수적으로 마쳐야 한다. 순간 빠른 속도로 탈출하면서 목뼈나 척추 등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탈출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조종사는 이같은 강도높은 훈련 외에도 야간시각훈련까지 마쳐야 비로소 영공을 지키는 임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