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8천만 겨레가 함께 하는 민족의 대명절이다
올 추석은 8천만 겨레가 함께 하는 민족의 대명절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9.20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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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마무리 … 전쟁없는 한반도 선물
이산가족 상봉·교류 새희망 … 恨의 그리움 해소될 듯
오랜 그날처럼 가족 소중함 되새기는 한가위되길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뒤에 천지가 보인다. /뉴시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뒤에 천지가 보인다. /뉴시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올해 한가위는 특별하다. 남과 북의 8000만 겨레가 함께하는 그야말로 민족의 대명절이기 때문이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모처럼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었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함께 한 남북 정상, 그리고 천지의 물을 담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의 모습은 온겨레의 감동 그 자체였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회담 이후 4개월 만에 이루어진 두 정상의 만남은 분단의 아픔을 걷어내고 평화의 길로 들어서길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조국분단 이후 모든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자평하는 데에는 위기의 한반도에서 평화의 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운명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돌아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었던 수많은 이산가족이 다시는 이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도 깃들어 있다.

1985년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후 지난 8월 20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아내와 남편이, 아들과 어미가, 형과 누이가 경계선 하나를 두고 살아온 세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내야 했던 60여년 세월 속에는 이산가족이란 눈물이 묻어 있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있던 그날, 전쟁으로 4살 난 아들과 헤어진 91세 어머니는 67년 만에 만난 아들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주름 가득한 아들 손을 맞잡고 “너무 늙었어. 아기를 잃어 버렸는데 할아버지가 되었어”라며 서러워했던 어머니의 울음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원망보다 더 깊은 한(恨)의 그리움이었다.

이처럼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38선의 무게는 정치나 이념보다 앞서 있는 `가족'의 의미를 감동으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추석 선물로 날아든 `전쟁 없는 한반도'를 기초로 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은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에게 `만남'과 `교류'의 새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끈끈한 정과 연대는 전통사회가 무너지면서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이산가족의 애끓는 사연이 현대인들에게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듯, 명절은 핵가족화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보여준다.

명절 때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을 이제는 예전만큼 찾아보기 어렵다. 생활 방식이 변하면서 대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고립을 자초하는 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단단한 빗장을 풀고 `가족'의 의미를 정립해 가는 것과 달리, 자본주의로 무장된 작금의 우리 사회는 `가족'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급속한 산업화로 공동체 문화가 무너지면서 가족 형태도 핵가족이 일반화 되었고, 더 분화된 1인 가구시대로 접어들었다.

2016년 일반가구의 1인 가구 평균 비율이 28.6%를 차지했고, 그중 충북의 1인 가구 비율은 31% 이상을 나타내 분화된 가족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작은 사회, 소공동체라는 `가족'개념도 명절의 미풍양속도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가족은 삶의 뿌리이자,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성장 과정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프고 힘들 때, 외롭고 울고 싶을 때, 누군가 보고 싶거나 기대고 싶을 때, 그곳에 항상 가족이 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사랑해줄 가족이 있기에 한 번 더 용기를 내는 힘이 생긴다.

혼밥(혼자 밥먹고)이 유행하고, 혼숙(혼자 자고)이 유행하는 시대이지만 인류의 역사가 사랑으로 귀결되는 데는 가족이 있기에 가능하다. 추석이면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던 때가 있었다. 가난한 살림에도 가족들의 웃음소리는 풍성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 그날의 풍경처럼 `가족'을 소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나란히 기념촬영을 한 남북정상 부부로 인해 더욱 뜻깊은 8000만 겨레의 민족 대명절이 되길 기원한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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